메모리얼데이 연휴 동안 국립묘지 참배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기도하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많은 것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가 나라를 위해 몸바친 용사의 갸륵한 희생 정신에 대한 칭송이 아무리 넘쳐난다 해도 그것이 가족 친지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까 하는 회의였다.
지난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사망한 미군 제이슨 벤틀리의 딸이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시무룩한 얼굴로 앉아있는 AP 사진을 보았다. "너는 이제 더 이상 아버지라 부를 사람이 없겠구나. 너의 인생 어느 하루가 참으로 쓸쓸하고 헛헛하겠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주 칼럼에서는 부모 이전에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에 대해서 말했지만, 일단 자신의 아이가 천부적인 능력을 지닌 것을 발견한 부모는 누구든지 온갖 헌신으로 아이를 뒷받침하려 할 것이다.그래서 위대한 업적을 쌓았거나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뒤에는 늘 어머니가 있다. 그들은 누구나 말한다. 어릴 적에 어머니에게 배운 것, 좌절이 닥쳤을 때 어머니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테니스 선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키운 어머니 야나 세만스카 나브나틸로바는 자기 분야를 인정받은 풀타임 체육인 커리어 우먼으로서 자녀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책임지게 가르쳤다.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 회장을 키운 어머니 메리 맥스웰 게이츠는 아들에게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게 노력하라고 가르쳤다. 발명가 토머스 알바 에디슨의 어머니 낸시 엘리엇 에디슨은 정규 교육에 적응 못하나 아들의 천재성을 파악, 자퇴시킨 후 자신이 직접 아들을 가르쳤다.그 외 헬렌 애덤스 켈러의 어머니 케이트 애덤스 켈러는 농아이자 맹인인 딸을 위해 헌신적으로 스승을 찾아 헤매었다.
세계 음악사에 이름을 올린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음악가의 어머니도 이보다 더 하면 더했지 그에 못지 않다.한 어머니는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하며 삼남매의 음악 교육 뒷바라지를 했고 또 한 어머니는 연주하다가 첼로 줄이 끊어질까 노심초사하며 딸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언제나 무대 뒤에서 여분의 줄을 갖고 대기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딸이 오페라 무대에 서는 날이면 혹시나 티켓을 못 구해 그냥 돌아가는 한인이 있을세라 극장 앞에서 서성이며 자신의 표를 대신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성공한 이들의 반은 어머니 몫이다.그렇다고 해서 명예와 부를 얻게 도와준 어머니만 그럴까?이름난 어머니가 아닌 보통의 어머니라도 ‘나’를 낳아 키워주고 보살핀 어머니는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도 비교할 수도 없게 자신의 핏줄인 ‘나’를 사랑해 준다.그래서 부모가 일찍 돌아가신 사람들은 친지나 친구, 이웃의 칠순이나 팔순 잔치에 가면 눈물이 난다. 요즘은 수명이 길어져서 주위의 웬만한 사람들이 다 치르는 그런 자리에 한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부모 생각이 나서이다.부모가 모두 생존해 있는 사람들은 이런 날 세상 천지에 혼자 달랑 버려진 고아 같은 기분을 잘 모를 것이다.
나 역시 오래 전, 며칠째 아프다고 드러누운 20대 후반의 나를 엄마·아버지가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며 잠을 깨울까 조심스레 다리를 주물러주던 손길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하도 오래 되어 기억도 안 나는데 그 나이에 병이 난 것이 고작해야 사랑에 실패했거나 앞날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거나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였을텐데, 60대 초반 노부모 눈에는 싱싱하게 돌아다녀야 할 나이에 풀죽은 딸아이 모습이 너무 가여웠던 것이다.
5월이 다 가기 전에 평범한 우리 어머니를 위해서, 카네이션 한 바구니나 장미꽃 한 다발 어떤가. 마더스 데이에 현금만 드리고 꽃을 생략한 사람들은 더더욱, 꽃바구니를 받아들며 주름진 얼굴로 활짝 웃으실 노부모의 모습, 보고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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