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사이는 그 딸이 결혼을 하여 딸을 낳아 키우면서 좀더 깊은 이해의 관계로 들어가게 된다. 출산의 고통을 공유하면서 서로간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
보통 아이가 어릴 때는 절대적으로 어머니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만 사춘기가 되어가면서 어머니와 자주 충돌한다.늙은 어머니가 힘이 없어지고 장년의 나이에 들어선 딸이 자신이 낳은 딸의 사춘기를 맞게되면 "아이고, 우리 어머니가 꼭 지금의 내 심정 같았겠구나"하고 어머니에게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 만난 50대의 한 여성은 80대의 어머니가 계시는데 어려서부터 수십 년간 어머니의 말을 잘 듣다가 몇 년 전 어느 날, 어머니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한다."어머니, 지금까지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다해드렸는데 모든 것을 잘하려니 어머니에 대해 원망스런 마음이 자꾸 올라와요. 내 딸아이가 나중에 이같은 마음을 갖고 나한테 잘한다고 할 때 나는 그런 것은 바라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어머니한테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못한다고 말하겠어요."
50년 이상 어머니 뜻이라고는 거스를 줄 모르던 50대 딸의 말에 80대 어머니는 분기탱천하여 6개월간 딸과 연락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전화조차 않고 각자 따로 지내다가 마더스 데이를 맞아 할 수없이 연락을 한 후 어머니와 딸이 1주일간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여행기간 중 이 50대 딸은 자신의 마음이 우러나올 때 그 마음 그대로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더니 그 어머니가 하는 말."네가 과거에는 1,000번 내게 잘하면 10번 정도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은 10번 잘해도 1,000번 이상으로 기쁘고 고맙구나"하였다고 한다.
이민 1세들은 아마 이 80대 어머니의 처음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구세대라 윗사람의 말을 거스르지 않는 편이고 아랫사람이 따지고 들면 자신의 잘못 이전에 화부터 난다. 그래서 노부모가 아들딸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더라도 언제까지 사시겠냐 싶어 웬만하면 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원망스런 마음이 전혀 없지 않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 해. 왜 장남한테만 이런 고삐를 지우는거야.", "아이 봐주신다고 용돈 꼬박 꼬박 드리는데 여행경비까지 대라면 우린 뭘 먹고살아?", "부부가 저녁 늦게 돌아와 쓰러져 자기 바쁜데 자꾸 외롭다, 몸이 아프다 하시면 어쩌라고." 등등 말로는 차마 표현 못하더라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한번쯤 했을 것이다.그런 마음이 든다면 효도의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번 마더스 데이에는 형편이 좋지 않아 얼마 못드리겠네요." 하면 "그래, 그래, 그만 두라." 하지 절대로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열달간 품고 세상 밖으로 내놓은 자식이 조근조근 어려운 처지를 설명하자면 이해 못할 부모는 없다.부모가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다 싶으면 처음에는 섭섭해하더라도 이 50대 여성처럼 솔직하게, 기분을 거스르지 않게 "엄마, 나도 힘들어요"하고 말해보자.
마더스 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마더스 데이라고 해서 부모가 받을 것만 생각하지 말고 자녀가 보는 부모에의 시각이 어떨지 상상해 보자.
혹여 아이가 보는 아빠는 잠자는 사람, 골프 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지, 또 엄마는 밤늦게 한국TV 연속극 비디오 보는 사람, 요리 대신 외식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는지. 이래저래 자녀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에 자신이 없다면 이번 주말에 자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햇살이 흐르는 강물에서 낚싯줄을 던져보고 구슬땀 흘리면서 산을 올라가 보고 어머니는 딸아이와 기차 여행을 하며 긴 긴 이야기를 나눠보자.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이의 손 발, 눈 코 입의 생김새와 버릇에 새로움이 발견될 것이다.
늘 집에서 같이 밥 먹고 잠자던 부모 자식 사이라도 낯선 공간에서 호젓하게 있다보면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지만 서로가 몰랐던 점을 알게되면서 분위기가 마음을 열어갈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