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박스 50개 중 47개만 상부에 보고
1,230만달러‘꿀꺽’… 동료 밀고로 덜미
이라크전은 제시카 일병 구출작전, 미군 포로들의 극적인 구조 등 할리웃 영화사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다양한 소재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미군 병사 5명이 1,230만달러에 달하는 사담 후세인의 ‘비자금’을 가로채려다 적발된 사건은 한편의 영화를 방불케 한다.
미군들의 간 큰 ‘절도사건’은 지난 18일 제3보병사단 병사 2명이 사담 후세인의 고위 지도자들이 머무는 영빈관에서 벽돌과 시멘트로 급조한 현금 은닉장소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병사들은 그 곳에서 ‘요르단 은행’ 표시가 찍힌 녹색 끈으로 밀봉된 알루미늄 컨테이너 20개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각 컨테이너에는 100달러짜리 지폐로 400만달러씩 들어있었다.
이들은 즉시 고위 장교들에게 이를 보고했고 곧이어 관저 일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보물찾기’ 작업이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미군은 23일 개집에 숨겨진 1억1,200만달러를 발견하는 등 18일 이후 200개에 달하는 컨테이너에서 7억8,000만달러 상당의 돈을 찾았다.
그러나 이중 제2여단 제10공병대대에 소속된 병사 5명은 금고가 처음 발견된 영빈관 인근에서 알루미늄 컨테이너 50개를 발견한 후 47개만 당국에 보고했다. 견물생심이라고, 막상 현찰을 보자 딴 마음을 먹었던 것.
이들 병사가 소속된 4-64 기동부대 지휘관 필립 디캠프 중령(40)에 따르면, 이들은 80파운드에 달하는 컨테이너 2개를 열지 않은 채 인근 못에 던져 넣었다. 이들은 다른 1개에서 60만달러에 달하는 돈뭉치 6개를 인근 나무 줄기에 숨기고 20만달러치의 돈뭉치 2개를 숲속에 은닉했다. 컨테이너도 그들이 있던 곳 인근에 숨겨놓았다. 그러나 이중 1명이 이를 수사관들에게 밀고, 숨겨진 돈이 18일과 19일 모두 발견됐다.
디캠프 중령은 장교들이 이들에게 여단 전우 8명이 전사하고 수십여명이 부상당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이라크를 약탈하는 행위는 전사한 전우들의 희생에 불명예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야단쳤다며 이들이 수치심에 모두 자백하고 숨겼던 돈뭉치와 금고를 내놨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별도로 18일 금고를 운송하는 임무를 맡은 육군 트럭운전병 1명이 30만달러를 가로채 냉장고에 숨겨 놨는데 돈이 모자란 것이 발각되자 곧바로 자백했다고 디캠프 중령이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군 당국은 비밀 금고를 발견할 경우 이를 열지 말고 즉시 상관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제2여단장 데이빗 퍼킨스 대령은 수천달러를 제외하고 분실됐던 돈을 모두 찾았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현재 5명이 수사를 받고 있는데 단순히 견책으로 마무리짓거나 군법회의에 회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아직 횡재한 돈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지 못한 모습이다. 디캠프 중령은 발견된 돈이 미국 정부의 소유라며 이를 훔치면 미국 정부 재산을 절도한 혐의로 처벌될 것이라고 발했다. 그러나 중부사령부 대변인 마크 키첸스 중위는 “돈이건 원유건, 문화재이건 모두 이라크 국민의 재산”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쟁 와중에 일확천금을 찾는 소재를 다룬 할리웃 영화들은 많이 있다.
조지 클루니 주연의 1999년도 영화 “3명의 왕”은 미군 병사들이 91년 걸프전에서 쿠웨이트에서 약탈된 금괴가 숨겨진 장소를 가리키는 지도를 발견, 이를 찾아다니는 모험담을 다뤘다. 또 클린턴 이스트우드와 도널드 서덜랜드 주연의 제2차 세계대전 영화 “켈리의 영웅들”은 미군 병사들이 히틀러의 1,600만달러 상당 금괴를 훔치기 위해 적지에 침투하는 내용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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