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유니온 은행(PUB)이 본격적인 현지화를 위해 한국에서 행장을 파견하던 관행을 깨고 현지 금융인으로 차기 행장을 임명하겠다고 밝힌 것은 PUB를 위해서나 LA 한인 금융계를 위해서나 일단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PUB는 전신인 가주 외환은행 시절부터 LA에서 가장 먼저 생겼으면서도 본국 경영이라는 족쇄에 묶여 후발주자인 로컬 은행과의 경쟁에서 계속 뒤져 왔다. 1982년 당시 가주 외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작은 규모로 출발한 한미는 물론 망하기 직전 가까스로 되살아난 나라에도 밀려 현재 3위로 처진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PUB의 모 은행인 한국 외환은행도 이를 반성, 이름을 바꾸고 주식을 상장하는 등 현지화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행장 등 지도부가 한국에서 파견돼 몇 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식으로는 현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 의미에서 행장 현지 채용은 진일보임에는 틀림없으나 아직도 진정한 현지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첫째는 현재 현지인이 맡고 있는 이사장을 한국에서 보내기로 한 점이다. 한국에서 이사장을 보내는 취지가 행장을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면 현지화는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현지 경영이 이뤄지려면 일단 행장을 선임한 후에는 모든 책임과 권한을 행장에게 주고 본국에서 음으로 양으로 간섭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두 번째는 PUB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지에서 적당한 행장 후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LA 한인 사회에서 효과적인 금융인 역할을 하려면 미국 금융계도 알면서 한인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국 금융계의 관행에 익숙지 못한 사람은 본사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과연 이런 조건을 두루 구비한 인물을 찾아낼 수 있는가가 PUB가 제일 먼저 당면한 과제다.
LA 행장 자리를 제대 말년 고참의 휴식처쯤으로 생각하고 수천 마일 떨어진 서울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경영으로는 이제 LA 한인 사회에서도 살아 남을 수 없음은 지난 20여 년의 은행사가 보여주고 있다. 일단 현지화를 하기로 한 이상 한국 외은은 이것이 생색용에 그치지 않도록 LA PUB의 독립 경영 보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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