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최대 정치세력 급부상…주변국도 우려
이라크 국민의 60~65%를 차지하는 이슬람 시아파가 최대 핵심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예기치 못한 시아파의 득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변 아랍국들도 시아파가 종교와 정치를 통합한 신정체제를 주도하는 ‘제2의 이란’이 등장할 가능성을 깊이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전이 끝나자마자 시아파는 사담 후세인 체제에서 금지됐던 성지 순례를 시작으로 정체성을 확인하며 100만 교도의 시위를 통해 미 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시아파 지도부(알 하우자 알 일미야)는 전국 곳곳에 지방위원회와 민병대를 조직, 치안과 행정을 속속 장악해 가고 있다.
■ 미국의 견제
사태가 이쯤 되자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우리는 이라크 민주화 과정에서 어떠한 외부의 간섭도 배격한다는 점을 이란에 분명히 전달했다”며 견제에 나섰다.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이 이라크에 정보원을 침투시켜 이라크 시아파와 연계를 형성하는 공작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미 군정 이외의 모든 행정권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라크전을 통해 중동에 친미 정권 확산을 노리는 미국으로서는 제2의 이란 출현은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주변 아랍국들도 자국 내 시아파들이 반 정부 세력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중동 정치 분석가 알 솔라이만은 “후세인의 종말은 시아파라는 거인의 잠을 깨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중동 전역이 시아파로 파란을 겪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는 선거를 통한 이라크 신 정부 구성 등의 미국식 전후 처리계획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의 반발을 억누르기 위한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 시아파의 정치적 행보
후세인 체제에서 다수이면서도 수 십년 간 정치적ㆍ종교적 박해를 받아온 시아파 이라크인들은 반항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의 권리 회복과 인구에 걸맞은 지분을 원하는 이들에게 미 군정을 거치지 않는 정부 수립은 당연한 요구이다.
하지만 시아파 지도자들의 목소리는 신중하다.
이들은 지난해 ‘시아파 선언문’을 통해 후세인 이후의 정치 원리로 ▦민주주의 ▦연방제 ▦사회공동체 등을 제시했다. 시아파 가운데 최대 세력인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도 최근 대미 무력 항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 관측통들도 이라크 시아파들이 이란과의 연대보다는 이라크의 정체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당장 이란식 신정 정치나 시아파 독립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아파가 세를 불려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난제가 적지 않다. 우선 뿌리깊은 반미 감정의 조절과 친 이란 성향의 탈색이다. 둘째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통합 여부이다.
영국 BBC 방송은 “성직자가 정치지도자를 겸하는 시아파 세력들은 교리에 바탕을 둔 각기 다른 정치 노선을 갖고 있어 봉합이 쉽지 않다”는 말로 이들의 아킬레스건을 지적했다. 결국 어느 수준에서 미국과 타협하고 통합을 이룰지가 문제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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