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4시40분께 바그다드 남동부와 서부 지역에서 치고 올라온 미군 해병대의 탱크와 장갑차가 시내 중심부인 파르두스 광장에 진입했다. 거대한 후세인 동상이 서 있는 파르두스 광장은 서방 취재진이 머물고 있던 팔레스타인 호텔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바그다드의 최중심부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시내 남부 지역에서 미군과 이라크군이 포와 기관총을 동원,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시내 중심부에서도 티그리스강을 사이에 두고 미 제3보병사단과 이라크군이 총격전을 벌였다. 전날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5㎞ 지점에 있는 알 라시드 공항을 접수한 미 해병 제1원정대는 디얄라강을 넘어 도심으로 진격을 개시했다. 해병대는 이 과정에서 병력 3,000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을 노획했고 교도소 1곳에서 미군 포로 것으로 보이는 군복과 화생방 방호복을 발견했다.
미 제5군단 예하 병력들도 바그다드 북부로 포위망을 계속 좁혀 들어 왔다. 바그다드 서부 지역에서 작전 중인 제101공중강습사단은 공화국수비대 사령부 건물을 공격, 이라크군 2명을 사살했다.
미 합참 작전차장 스탠리 매크리스털 소장은 “연합군 공군이 바그다드를 포함한 이라크 전역에서 제공권을 장악했고 지상군도 바그다드 시내에서 원하는 작전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세인 체제 전복 환영시위
9일 미군이 진입한 사담 시티 등 바그다드의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축포를 쏘며 후세인 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을 자축했다고 BBC와 ITV 등 영국 방송이 보도했다. 한 노인은 후세인 대통령의 포스터를 샌들로 툭툭 치며 “부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종이에 “바이 바이 사담”이라고 써서 카메라맨에게 들어 보이는 시민도 있었다. 이번 시위는 후세인 정권에서 소외됐던 시아파 주민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제지하는 이라크군이나 경찰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시내 곳곳에서는 약탈행위가 벌어져 바그다드는 무정부 상태로 변했다. 정부 건물은 물론 유엔 관련 기구의 사무실, 상점 등에서 컴퓨터와 집기를 훔쳐 차에 싣고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미군이 바그다드 시내 중심부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북부 수라마니야시에서는 수만명의 쿠르드족이 거리로 뛰쳐나와 “미군은 해방군”이라고 환호성을 지르고, 춤을 췄다.
후세인 사망 여부
9일 영국 더 타임스는 영국 정보 소식통을 인용, 영국 정보기관 MI6가 미군 전폭기의 폭격이 가해지기 직전 후세인 대통령이 건물을 떠났다는 정보를 미 중앙정보국(CIA)에 통지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최종 결론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후세인이 지하 터널이나 차량을 이용해 건물을 떠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가디언도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7일 미군의 폭격 때 후세인은 건물 안에 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 abc 방송은 “국방부 관리들이 8일 아침 입수한 정보”라면서 “미군의 폭격 당시 후세인 대통령이 그 건물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모하메드 알 두리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는 AP TV와의 인터뷰에서 “바그다드와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바그다드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쿠르드족 반정부 단체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은 8일 후세인 대통령이 이미 북부 티크리트에 은신해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후세인이 살아 있다면 고향인 동시에 권력 기반인 바그다드 북쪽 140㎞ 지점의 티크리트로 피신, 최후의 항전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군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해 바그다드에서 티크리트로 가는 주요 도로에 특수부대를 배치,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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