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 이라크와 후세인에 대한 두려움 커
“미국·영국 만세”“후세인 물러나라”구호
시민들 한국서 수입한 방독면 지참 외출
<쿠웨이트시티=조환동 특파원> 쿠웨이트가 전시체제라는 사실은 3일 오후 요르단 암만을 떠나 쿠웨이트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이착륙하는 비행기와 승객으로 붐벼야할 공항은 운항을 사실상 중단한 쿠웨이트 국적 항공기만 4대가 주차해 있을뿐 다른 항공사 비행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입국 심사를 한 공항청사는 한가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기자가 탑승한 비행기 승객 70여명중에서도 서방기자가 대부분이었다.
요르단 항공사는 요르단과 쿠웨이트 왕복 항공권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JD(요르단 디나르·약 150달러)를 쿠웨이트 운항에 따른 위험부담을 감안한 ‘전쟁세’로 부과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다른 중동지역 국가는 전쟁세가 14 JD이지만 쿠웨이트는 특별히 위험한 지역”이라며 7배가 넘는 부가세 차이를 설명하면서 “쿠웨이트 항공사는 요르단과 쿠웨이트 노선을 폐쇄했다”고 말했다.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시내 중심부에서 친미, 친전쟁 시위가 열리고 있다고 해 달려갔다.
검은 차도르로 얼굴을 가린 여인들과 초,중,고등학생, 발까지 오는 흰 색깔의 전통복장을 입은 쿠웨이트 남자들이 약 1,000명이나 모여 쿠웨이트와 미국 성조기, 국가원수인 아미르 샤이카 자벌 알-아마드 아-사바의 사진을 흔들며 춤을 추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특히 이날부터 바그다드에 대한 연합군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는 말은 들은 시민들은 ‘미국과 영국 만세’ ‘사담 후세인이여 안녕’ ‘쿠웨이트는 영원하리’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두명의 부인과 6자녀를 이끌고 참석했다는 공무원 파와즈 살레(42)는 “국민들은 아랍 형제국을 침공한 사담 후세인에 대해 심한 배심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며칠만 참으면 다리 쭉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4일에도 열린 이같은 시위는 관제성격이 짙지만 시민들이 이라크와 사담 후세인에게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은 사실이다.
쿠웨이트는 기자가 방문한 이스라엘보다도 이번 전쟁의 최일선 전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20일 전쟁 발발 후 쿠웨이트를 향해 모두 17개의 이라크 미사일이 발사됐다. 가장 최근인 30일에 발사된 미사일을 포함, 대다수가 상공이나 바다에서 요격돼 다소 긴장감이 풀렸다가 28일에는 저고도로 나르는 중국제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이 시내 마켓 근처에 떨어져 수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다시 불안감에 휩쌓여있다. 시내 주요 도로에는 기관포를 장착한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으며 대다수의 시민들은 외출시 한국으로부터 긴급 수입한 20만개 방독면중 하나를 갖고 다닌다.
경상북도 면적에 인구 230만명에 불과한 쿠웨이트는 호전적이고 쿠웨이트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는 사담 후세인이 집권하는한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쿠웨이트는 다른 아랍국가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미국과 영국편에 서있다. 쿠웨이트는 사담 후세인이 약속한 ‘쿠웨이트에 대한 응징’이 어떤 형식으로 나타날까 두려움에 숨을 멈추고 기다리면서 한편으로는 전쟁이 가져올 ‘북방의 위협’으로부터의 해방감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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