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야인시대>는 주먹세계의 의리와 멋진 대결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무기를 쓰지 않고 속임수도 쓰지 않은 사나이 대 사나이의 주먹싸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했다.
그러나 야인시대의 건달들도 해방 후 후반부가 되면서 주먹 대신에 상대방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살육행위를 했다. 서양에서 사나이 대 사나이의 싸움은 중세에 칼싸움으로 결투를 했는데 근세에 들어서는 총을 한 발씩 쏘는 결투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결투가 없다. 연적이나 정적, 또는 사업경쟁자를 청부살인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나라간의 전쟁도 개인간의 싸움처럼 변모해 왔다. 고대에는 양편으로 갈라진 수많은 대군이 몸을 부딪치면서 칼과 창, 방패로 싸움을 했다. 이런 전쟁에서는 군대가 흐트러져 무너지지 않는 밀집대형을 전법으로 쓰고 예리하고 견고한 철제무기를 쓴 문명이 주변국가를 정복할 수 있었다. 또 때로는 대군이 서로 부딪치기 전에 장수끼리 결전에서 승기를 잡아 전쟁을 이기는 경우도 있었다.
길이가 긴 소총을 사용했던 1800년대 초만 해도 전쟁은 너무도 고전적이었다.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군과 민병대의 전투장면도 그렇고 나폴레옹 전쟁때도 그랬다. 양편은 들판에서 일렬로 서서 북을 울리며 전진하면서 총을 쏘았다. 그 유명한 워털루 전쟁에서는 영국의 웰링턴장군이 지대가 조금 높은 구릉을 선점한 덕분에 들판의 나폴레옹군을 궤멸시켰다. 물론 전쟁터는 민간인이라곤 없는 들판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쟁은 어느 틈에 사라지고 말았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은 기습전, 파괴전을 포함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종합전이 되었다. 현대전의 무기로 대량살상과 파괴가 가능한 고성능 폭탄이 개발됐고 항공기와 로케트 등 운반장비가 엄청나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또 현대국가는 민주국가든 독재국가든 국가와 국민의 일체감 속에 국민개병제가 실시되어 군대는 곧 국민의 군대가 되었다. 따라서 전쟁시 국민이 병력으로 동원되고 국가의 기간산업이 전쟁군수물자를 지원하는 총력전이 현대전쟁의 특징이 되었다.
말하자면 야인시대의 주먹싸움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살육전으로 바뀐 것과 흡사하다.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은 미군의 희생자가 얼마나 발생하고 이라크의 민간인 희생자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들은 오늘은 미군 몇 명이 죽었고 이라크 민간인 몇 명이 죽었다고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치 이 전쟁에서 미군 희생자가 발생해서는 안되고 이라크 민간인이 죽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전제로 깔고 있는듯한 보도이다.
그러나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는지 살펴보자. 한반도에서 일어난 한국전에서는 약 400만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 3분의 2가 민간인이었다. 군인으로는 중공군이 100만명 사망했고 미군은 3만6,934명 사망, 10만3,284명 부상했다. 남한의 민간인 사상자가 99만명에 이르렀다. 또 월남전에서는 사망자 120만명, 부상자 300~400만명이 발생했는데 미군은 5만8,000명이 사망했고 30만명이 부상했다.
이라크전쟁은 이 두 전쟁에 비해 사상자를 줄이기가 더 쉬운 전쟁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이라크군이 이미 위장 투항과 자살특공대로 공격하는가 하면 앞으로 인간 방패를 이용한 시가전과 화생방전을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싸우는 전장에서 민간인들이 피난을 떠나면 민간인 피해자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민간인을 방패로 삼거나 민간인을 위장하여 전투를 한다면 미군의 피해는 물론 이라크 민간인의 피해도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쟁에서 미군 피해와 이라크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미국의 패전을 요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놀이도 아니다. 세계 2차대전에서 미국을 결정적 승리로 이끌어준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원자탄 투하였다.
전쟁의 당위성에 대한 어떠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한 전쟁에서는 이기는 길밖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전쟁당사국인 미국민의 입장에서 분명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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