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소녀 엘리자베스 자발적 거짓말
심리학자들 ‘스톡홀름 신드롬’ 주장
극적인 피랍과 생환으로 전국적인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유타주의 소녀 엘리자베스 스마트(15)는 납치범들과 함께 지낸 9개월간 숱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도망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는커녕 그녀를 처음 발견한 경관이 납치 용의자인 브라이언 데이비드 미첼과 완다 바지와의 관계를 묻자 "부모님"이라고 자발적으로 거짓말까지 했다. 신원이 드러난 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그녀의 이같은 태도는 구구한 억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초 알려진 것처럼 자신의 침실에서 여동생과 함께 잠을 자다 칼을 든 납치범에게 강제로 끌려간 게 아니라 스스로 그를 따라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편을 드는 논리 전도현상에 혼란을 느낀 데서 오는 반응이다.
그러나 심리학 전문가들은 억류자와 피억류자가 오랜 기간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 결엔가 이들 사이에 일종의 연대감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전문용어가 바로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이다.
이 용어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은행강도들이 인질들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극을 벌였다. 대치극이 6일째로 접어들자 억류자와 피억류자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생각조차 힘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이 폭넓게 형성된 것. 은행강도 가운데 한 명과 약혼한 인질까지 나왔다니 이들 사이의 감정적 소통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족히 짐작할 만하다.
심리학자인 엘리자베스 칼은 억류상태에 놓인 피랍자들은 자신의 생사 여탈권을 지닌 납치자들에게 잘 보여 생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생각을 갖게 마련이라고 지적하고 "의식적인 접근으로 상대의 긍정적 반응을 얻게 되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이 그만큼 커지고, 여기에 고무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심리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면 상대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굳게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이같은 심리적 전도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스톡홀름 신드롬’이다.
칼은 납치범들과 수개월을 함께 보내면서 엘리자베스 역시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진 게 분명하다며 시간이 흘러 초기의 공포감이 수그러들고, 상대의 인간적 면모를 보기 시작하면서 납치범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하게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엘리자베스가 예전의 환경에 재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초조감과 우울증, 심한 주의 산만 등의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부모들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외부의 관심을 최대한 차단, 딸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우정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