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 <종교전문기자.목회학 박사>
"그대 없이는 죽고 못살아!" 흔히 연애할 때 가지는 감정이다. 이 때는 눈길만 닿아도 가슴이 울렁울렁한다. 손끝만 스쳐도 전기가 ‘찌르르’ 오간다. 하루만 못 봐도 큰일난다. 함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갈 수가 없다. 상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잘난 사람으로 보인다. 눈에 ‘사랑’이란 콩깍지가 낀 상태다.
이 때처럼 사랑은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 없다.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다 좋다.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 하늘의 별까지 따다 주고 싶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싶다. 사랑을 위해 생명도 내놓으라면 내놓을 것 같다. 그저 같이 있고 싶어한다. 그 어떤 반대가 있어도 막무가내가 된다.
죽기로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나이, 국경, 학벌, 국적, 색깔, 신분, 종교, 배경, 얼굴, 키, 집안 등 모든 것을 초월하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마음이 하나되고, 영혼이 하나된 두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랑은 장님’(Love is Blind)이란 말처럼 둘은 장님이 되어 버린다.
다섯 살 연상의 여인인 최진실(34)이 연하의 조성민(29)과 3년 전 이와 같은 사랑에 빠졌었다. "얘, 너는 남자가 다섯 살이나 아래인데도 괜찮니! 어머머, 너 너무하다. 너무 좋겠다. 야구 선수 조성민, 얼마나 체격도 좋고 인물도 미남이니. 신랑감으로는 최고다." 최진실의 친구들은 연하의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최진실에게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을 게다.
"야! 부럽다. 돈 많고 얼굴 예쁘고, 최고의 여배우에다, 빠질 데 없는 몸매를 자랑하는 최진실. 거기다 나이 많아 누나처럼 잘 대해주는 연상의 여인, 정말 멋진 커플이구나! 세상에 너처럼 행복한 사람도 없을걸" 조성민의 친구들은 또 이렇게 그를 부러워했을 게다. 의남매로 시작된 두 사람은 눈에 콩깍지가 낀 채 2000년 12월5일 백년가약의 부부가 됐다.
세상에 가장 행복한 커플처럼 둘이 하나된 이 부부가 결혼 3년만에 파경을 맞고 있다. 서로 갈라서기로 하니, 최진실은 둘째 아이를 낳을 때 조성민과 그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지난 3월1일이다. 뒤늦게 출산을 안 조성민은 나중에야 자신의 아이를 안아보게 되었다. 둘이 이렇게 된 원인이야 많겠지만, 불신이 주원인인 듯 싶다.
부부의 연이란 참으로 힘든 연인 것 같다. 평생 싸움 한 번 안 하고 살아갈 부부는 이 세상 아무도 없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애틋한 사랑의 정을 죽을 때까지 간직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데 그게 얼마 못 간다. 인간의 의지란 이렇게도 약하다. 그러기에 죽음도 불사하겠다던 사랑도 변하고 마음도 변한다.
해골로 된 팔찌를 끼고 다니는 친구 한 명이 있었다. 팔찌로 만든 작은 구슬 하나 하나가 전부 해골 모양을 조각해 만든 것이라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 왜 그런 팔찌를 몸에 지니고 있냐고 질문했다. 친구 왈, "너무나 세속적인 생각이 많이 나서 그 생각을 죽이기 위해 해골 팔찌를 끼고 다닌다"고 했다. 세속적 생각 안엔 여러 가지가 들어갈 수 있다.
도를 닦기 위한 방편으로 해골 모양의 팔찌를 끼고 다니는 이 친구의 모습은 인간의 보편적 갈등을 그대로 노출해주는 순수한 모습이라도 있다. 사람이란 정말 약하다. 특히, 사랑과 정에 약한 것이 인간인가 보다. 그리고 또 변하는 것도 인간이다. 행복해지려고 결혼했으나 그 행복은 다 어디로 가고 서로 헤어져야 하는지 인간 마음이 요지경인 것만은 사실이다.
독신 남자들 중엔 아예 여성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유는 육체의 마력에 유혹되지 않으려 하는데 있다고들 한다. 사랑이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피부와 피부가 서로 닿을 때 느껴지는 촉감도 사랑을 유발시킬 수 있다. 처음 만남은 순수하게 시작된다. 그리고 서로를 원한다. 원함이 이루어진다. 결혼이다. 함께 산다. 그럼 백년 가야 된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하다. "그대 없어도 잘살아!"로 변하고 만다. 살아도 ‘짜릿한 감정’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그냥 살아간다. 최명희씨가 지은 <혼불> 3권에 보면 내외간의 정을 이렇게 말했다. "정이란 열살 줄에는 몰라서 살고, 스물 줄에는 좋아서 살고, 서른 줄에는 정신없이 살고, 마흔 줄에는 못 버려 살고, 쉰 줄에는 서로 가여워 살고, 예순 줄에는 등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해 산다"고. 사랑의 ‘콩깍지’를 눈에 끼고 영원히 살기란 불가능인가보다. 정신없이 살 나이의 최진실, 조성민 내외의 불협화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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