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체육계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각 지역 체육계가 오는 6월 제12회 전미체전 개최지를 놓고 사분오열 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상당수 지역이 양쪽으로 분열돼 따로따로 선수를 참가시킨다는 것이다.
‘달라스냐, 아틀란타냐’를 놓고 미주 한인체육계가 ‘화합’이라는 화두는 잊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한인 이민 100주년이란 뜻깊은 해에 극단대치가 도를 넘어 공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 오죽했으면 전미체전을 보이콧하고 차라리 치르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이 나왔을까.
이제는 어느 단체에 정통성이 있다 해도 화합의 분위기 속에서 전미체전을 치르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깊게 패인 골, 단단한 앙금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해쳤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 궁금한 것은 ‘재미대한체육회’라는 간판을 내건 두 단체가 어떻게 이 거대한(?) 미주 한인체육계를 이렇게 산산조각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중, 삼중 소송으로 얼룩진 두 회장의 정통성 시비에 어째서 순수한 체육인들마저 갈등과 분열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갈 수 있었을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드리아드네의 실타래 같은 묘책은 진정 없는 것인가. 아드리아드네는 용감한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주어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 속에서 빠져나올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혜안을 가진 체육인들이 정녕 없어 보인다. 저마다 우리 아니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탓이다. 이러다간 정말 같은 날 두 곳에서 동시에 체전을 치를 게 뻔하다.
두 기차가 함께 마주보고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공멸 뿐이다. 세상 이치도 똑같아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만 남기고 체전은 끝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후손은 어떻게 평가할까. 이민 100주년을 맞아 전미체전을 두 곳에서 갈라져 치른 사실을 자랑스런 이민유산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 기차는 마주보고 달리지만 충돌하기까진 시간적 여유가 있다. 다시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이라도 체육인들이 전미체전을 반납하고 각자 평상심의 자세로 돌아가면 어떨까. 그것이 ‘아드리아드네의 실타래’로 승화될 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공멸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국 기자 /koreatime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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