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T를 이용하며 직장 생활을 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비싼 렌트와 한없이 올라가는 집값이 그 이유중의 하나 일 것이다. 나 또한 작은집이라도 가져 보려니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바트를 이용할때는 정확한 시간에 운행되고 교통 혼잡에 시달릴 필요가 없었기에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바트 이용자가 점점 늘어 가면서 바트 타는게 힘이 든다.
매일 아침 바트 시각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야 되며, 좌석 확보는 거의 가능성이 없다. 더구나 이젠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도 싫고, 조금만 부딪혀도 "Excuse me" 또는 "I’m sorry" 를 해야하는 것에도 짜증이 난다. 잠시만이라도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자유로이 내 차를 운전하며 다니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비싼 기름 값도 문제지만 주차 문제가 가장 심각하지 않는가.
며칠전 바트에서 우연히 옛날 직장 동료를 만났다. 그 친구는 2년전 Stockton시로 이사를 했다. 그 동안 그곳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출퇴근을 하는데 보통 출근때는 2시간 그리고 퇴근때는 2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차로 가야하고 그곳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더블린에 와서 바트를 탄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바트가 자기 사는 곳 근처까지 만이라도 와서 바트 한번만 타고 출퇴근 할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하겠단다. 그러면서도 그 친구는 스탁톤으로 이사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말에나마 가족과 넓은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나 또한 나만의 작은 공간이라도 확보하려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났었는데, 십년을 넘게 바트를 타고 다니다 보니, 나만의 작은 공간에 대한 매력보다는 매일 바트에 시달리는 짜증이 더 커 버린 것 같다. 그 친구에 비하면 내가 소비하는 출퇴근의 시간은 아주 짧은데도 말이다. 오히려 작은 공간이라도 가질 수 있고, 또 바트가 있어서 출퇴근하는 데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내 상황을 감사해야 하는데.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사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다시 깨달았다. 잠시동안의 불편으로 나의 공간에서 편히 지낼수 있다는 것을 그새 잊어버렸으니 말이다.
오늘 바트를 타면서 나는 짜증대신 감사의 마음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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