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였다. 날씨는 서늘해지고, 몸이 저절로 옴츠러지며 몸과 마음이 바빠 허둥대기 쉬운 그때였다.
방과후의 애들을 데리고 마켓으로 가려는데 나도 모르게 “어머, 내 지갑… 어디에 두었지?” 하는 순간 갑자기 온 몸이 떨려왔다. 1 시간 전에 월마트에 갔다가 화장실에 들렀었으니까 혹시 그곳에 놓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 가슴은 더욱 뛰기 시작했다. 그 지갑 안에는 통장, 각종카드, 그리고 찾아놓은 현금 등이 (내게는 거금 이었다)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해질 수밖에.
나는 부리나케 내가 들어갔던 화장실에 가 보았더니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하며 직원이 있는 사무실에 가서 물었다. 안에서 몇 사람이 바뀌면서 책임자가 나오더니 이름, 주소, 생일을 묻는다. 지갑 안에 있는 ID와 대조해 보더니 “You are lucky.” 하면서 내게 지갑을 내 주었다. 얼른 살펴보니 모든 것이 그대로 있었다. 나는 수차례 “Thank you very much.”를 연발하며 나도 모르게 “Thank you God.” 하고 긴 숨을 내 쉬었다.
집에 와서도 그 흥분과 감격이 가라앉지 않아 식구들에게 얘기하고 감사를 나누었다. 그 지갑을 화장실에서 발견하고 고스란히 사무실에 맡긴 그 사람은 과연 누굴까? 분명 크리스천이 아니면 정직한 도덕인 일까?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그 다음날 월마트 직원들에게 감사의 카드를 보냈다. 짧고 서툰 영어이지만 아들에게 물어가며 진심으로 나의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그 지갑을 발견해서 사무실에 맡긴 그 사람은 어떻게 찾아서 인사를 해야 하는가 말이다. 내가 갚을 수 없는, 고맙다는 말조차 전할 수가 없는 그 사람이 내겐 천사가 아니었던가?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몇 주 전 내가 다니는 학교 화장실 안에서 누가 놓고 간 지갑을 발견했다. 어쩌면 내가 놓고 나왔던 상황과 똑같았다. 그 때 일이 떠올라 얼른 사무실에 맡기고 왔다. 얼마나 마음이 가볍고 흐뭇한지 마치 빚을 조금이라도 갚은 기분이랄까?
바쁜 이 계절이 되면 나는 생각나는 감사의 대상자를 혹 빠뜨릴세라 미리미리 노트에 적어본다. 남편이 새롭게 교회를 시작할 무렵 뜻하지 않은 안부전화로 인해 몇 년간 우리의 생활비를 보조해 주신 분, 누룽지 말린 것과 된장 고추장을 보내주신 분들 그것을 받고 먹을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눈물을 먹는 듯, 그것은 그 당시 우리에겐 두고두고 비상식량이 되었었다.
그 외에도 어려움을 함께 하며 교회를 섬기던 많은 분들,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던 인근 각 처에 흩어져 있는 교인들, 친구들, 가족, 친지,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그리고 이름이나 얼굴조차 모르는 찾을 수도 없는 이국인들……. 그분들은 모두 내게 시시때때로 천사가 되어 주셨던, 잊을 수 없는 분들이다. 지금도 그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며 한없이 보고 싶어진다.
신혜원 (새롬교회 )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