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관련업주의 부실경영과 경기불황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져 온 ‘크레딧거래’가 지금처럼 피해자와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원단업계의 경우 거래처 사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30∼90일 추후지불조건으로 원단을 납품했다 돈을 떼여 채권행사조차 막막한 상황이다. 특히 피해규모가 400만달러로 추산되는 ‘아이덴티티’ 거래회사들은 몇 달 전부터 업체마다 부도수표를 몇 장씩 들고있었지만 업주가 잠적할 때까지도 이같은 사태에 대처하지 못했다.
‘아이덴티티’사 업주의 잠적으로 2만1,000달러의 피해를 입은 ‘JC하비스트’사 크리스 우 사장은 “과거에도 의류업자가 크레딧을 달아놓고 물건을 끌어다 판 다음 야반도주를 해서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같은 악순환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을 과감히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주블리’사로 인해 1만달러의 피해를 입은 원단업체 ‘셀렉스’사 임민환 사장은 “일부 의류업자들은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 원단을 외상으로 가져다 썼다가 자금회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밀린 대금은 나 몰라라 하고 하루 밤새 가게문을 닫고 없어지기 일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한인섬유협회에 따르면 ‘아이덴티티’사 대표 김모(38)씨의 잠적으로 인한 원단, 재봉, 트림(trim), 프린팅 업계의 피해는 400여만달러로 추산되며 21일 검거된 ‘주블리’사 대표 이모(45)씨와 ‘하모니’사 대표 남모(49)씨로 인한 피해액은 각각 150만달러, 5만6,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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