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보다 승객 많이 태우고 연료 적게들어 경제적
비행기는 왜 지금처럼 생겼을까. 21세기의 747 제트여객기는 라이트 형제가 탔던 비행기와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 긴 몸통에 가느다란 날개를 붙인 모습이 긴 가슴지느러미로 바다위를 씽씽 날아다니는 날치를 닮았다. 비행기는 가오리처럼 생기면 안될까? 종이비행기는 삼각형으로 접어도 잘만 나는데.
무슨 물건이든 한번 만들어지면 그 원형을 토대로 점진적 변화를 거치지만 때로는 파격과 혁신이 필요할 때도 있다. 수익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세계 항공계의 선두주자 보잉이 차세대 여객기 생산을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가오리를 닮은 삼각형 여객기 개발을 두고 경영진과 기술진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보잉이 혼합형 날개 비행기(Blended-Wing Body)로 명명한 동체와 날개가 혼합된 삼각형 디자인은 원래 맥도넬 더글러스사에서 연구돼온 미래형 비행기.
97년 맥도넬 더글러스와 합병하면서 관련 연구 개발도 보잉으로 넘어왔는데 삼각형 디자인을 채용함으로써 라이벌인 에어버스사가 앞으로 내놓을 새 여객기보다 제작비나 운항비면에서 크게 앞선다. 만약 이 미래형 비행기가 만들어진다면 보잉은 항공분야 탑의 지위를 앞으로 10년 이상은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존의 비행기 모양을 탈피하는 워낙 혁신적인 디자인이어서 보잉 내부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상업용 여객기 부문의 고위 경영진은 보수적 노선을 좇아 현재의 제트 여객기 형태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일단의 엔지니어들은 미래형 비행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강하게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혼합형 날개 비행기는 가오리같은 디자인으로 인해 비행기를 밑으로 끌어내리는 힘을 기존의 제트기보다 훨씬 덜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연료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고 시니어 기술담당 펠로우인 로버트 리벡은 말한다. 혼합형 날개의 수석 디자이너로 MIT대학에도 출강하는 리벡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BWB를 반대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또 BWB는 무게도 기존의 제트기보다 훨씬 덜 나간다.
보잉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측정한 조사에 의하면 혼합형 비행기는 운항비용이 경쟁모델인 에어버스사의 신형 A380보다 32%나 저렴하다. A380은 보잉747보다 운항비용이 15%나 적기 때문에 보잉과의 수주경쟁에서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BWB는 승객과 연료를 가득 실어도 기존 비행기보다 18%나 가벼워 연료가 적게들고 비행기 엔진에도 부담이 27%나 적게 간다.
수익 부진으로 월스트릿으로부터 압력을 줄곧 받고 있는 보잉으로서는 BWB야말로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BWB는 다른 장점도 많이 갖고 있다. 기존 여객기의 좁은 공간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인테리어가 모듈식이어서 승객석이 훨씬 넓어 지금처럼 승객들이 좁은 공간사이로 다리를 끼워 넣고 앉아야하는 불편이 크게 해소된다.
또 거대한 에어버스 A380과는 달리 BWB는 현재 세계 각 공항의 승객 및 화물 하역 시스템에도 조화가 잘 되며 보잉의 기존 공장을 바꾸지 않고도 제작이 가능한 점도 이점이다. 보잉은 승객 250명의 중형이나 450명선의 대형까지 여러 가지 다른 사이즈의 BWB를 제작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약간의 변형을 가하면 전투기나 다른 제트기에 항공유를 공급할 수 있는 급유기로도 개조할 수 있어 군사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군사적 용도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연구 및 개발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그러나 이점 못지 않게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많다. BWB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상용기부문 CEO인 앨런 뮬러리는 우선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기존의 여객기와는 전혀 닮지 않은 형체에 대해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비행기 몸체가 옆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창문쪽으로 앉을 수 있는 승객은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줄곧 지적해 왔다.
또 혼합형 날개는 많은 구조상의 결함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조종사가 비행기 방향을 틀 때 비행기가 급하게 솟거나 가라앉을 수 있으며 운항 통제 시스템이 복잡하고 수압 장비들에 무리가 간다. BWB제작에 사용되는 합성 재질이 제작시에 예기치 못한 문제거리를 만들어 낼지 모른다고 지적하는 엔지니어도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보잉의 전통적 엔지니어링 정신을 손상시킨다는 안팎의 비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리벡는 BWB의 기술적 경제적 검증은 이미 끝났다며 “보잉의 미래는 BWB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보수와 혁신의 갈림길에 선 보잉의 선택에 시선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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