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The Ring)
★★★★(5개 만점)
길고 까만 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린 채 퇴색한 흰 나이트가운을 입은 처녀 귀신이 TV 화면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모습을 보자니 이를 보고 겁에 질려 죽은 영화 속 남자만큼이나 겁난다.
진짜 도깨비 영화로 외형적 공포감과 함께 간을 졸아들게 만드는 내적 공포감도 썩 잘 조성한 으스스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일본서 빅히트 한 같은 이름의 공포 미스터리 영화의 미국판인데 육체적 심리적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시각 스타일과 냉기감 도는 분위기 그리고 얘기를 이끌어 가는 솜씨가 좋다. 특히 괴이한 사건의 원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추리력에서 긴장과 스릴의 쾌감을 맛보게 된다.
저주받고 귀신 씌운 채 운명이 판을 치는 영화(‘장화홍련전’이 생각난다)로 시종일관 비가 내리는 회색 날씨에서 발산되는 어둡고 암담한 기운과 색깔 그리고 불길한 세트 등이 이야기를 한층 더 잘 받쳐주고 있다.
고교생인 질녀 케이티가 급사하면서 시애틀의 사건추적 여기자인 레이철 켈러(네이오미 와츠-’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언니의 간청에 따라 이 죽음의 원인을 캐기 시작한다. 케이티는 산중 여관서 남자친구와 함께 온갖 악몽 같은 영상들이 담겨진 비디오를 본 뒤 1주일만에 사망했다.
레이철은 케이티와 그의 남자친구뿐 아니라 이 비디오를 함께 본 다른 틴에이지 커플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괴이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디오를 본 사람에게 “너는 1주일 뒤에 죽는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이것이 사실화하는데 기자의 호기심을 못 버린 레이철이 이 비디오를 보면서 역시 같은 전화를 받는다. 비디오에는 단풍나무, 사다리, 의자, 우물, 외딴집 그리고 원 등이 나타나는데 레이철은 비디오에서 등대를 찾아내면서 이 등대가 있는 섬으로 간다.
레이철이 며칠 남지 않은 자신의 사망일에 쫓기며 비디오의 근원을 줄기차게 추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어린 아들 에이단(데이빗 도프만-’오멘’의 데미안을 연상케 하는데 마치 소년 귀신처럼 기분 나쁜 연기를 한다)도 이 비디오를 봤기 때문. 레이철의 추적을 돕는 사람이 에이단의 아버지로 지금은 레이철과 헤어진 비디오 전문가 노아(마틴 헨더슨).
예고한 7일째가 다가오면서 레이철의 몸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그리고 레이철과 노아는 이 비디오가 과거 유명한 종마 사육사였던 리처드 모간(브라이언 칵스)의 어린 딸 사마라(데이비 체이스)와 직접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마지막에 가서 플롯이 급반전하면서 사람 겁주는데 영화는 속편을 예고하면서 끝난다. 음악과 음향도 좋고 와츠가 착실한 연기를 한다. ‘비디오는 널 죽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시의에 알맞는 냉소적 메시지를 안고 있는 듯 하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
R. Dreamwork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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