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본적인 목적 중의 하나는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보람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타인이 나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스스로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한 사람의 삶의 질(質)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과거에는 삶의 조건을 설명해 주는 물질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를 중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신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며 그 곳에서 즐거움을 찾느냐 하는 주관적 지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미국 미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서 결혼 상대의 조건으로 ‘일에 대한 자기 만족과 성취도’가 첫째로 꼽혀 그동안 고전처럼 여겨졌던 ‘경제적인 능력’이 뒤로 밀렸다.
또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설문에서도 경제적인 부(富)가 개인의 성숙도와 존경, 그리고 사랑이나 가족관계 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물질위주의 가치체계가 사회적 가치나 개인의 정신적 성숙도에 맞춰져 이상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변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속적인 삶의 목적이 지배적인 오늘날의 일반적인 추세 속에서 이른바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안정을 1차적 관심사로 여기던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점차로 ‘삶의 질’ 문제로 관심이 옮겨져 가고 있다는 증거다. 즉, 지적(知的), 심미적(審美的) 만족에서부터 사랑, 존경에의 욕구를 실현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삶의 조건을 설명해 주는 객관적 지표가 ‘주택, 건강, 경제 형편, 결혼, 자녀 양육, 여가, 교육, 직업’ 등의 개선만을 삶의 목적과 깊이 연관시키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느냐’ 하는 주관적 지표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찾아 내고 깨닫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의 관심은 주로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에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깊은 반성을 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자아’에 눈을 돌릴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기도 쉽지 않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을 올바로 아는 것이다. 자아의 발견이란 단순히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조건에 처해 있으며, 어떤 가능성과 이상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하여 올바로 아는 것이다.
자기를 올바로 알려면 자신에 대한 관찰이나 반성만으로 부족하다. 자연과 사회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그들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에 대한 지식은 서로 상관 관계에 있으므로 모든 것을 알기 어려우며, 따라서 누구도 자신을 완전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공자도 50세가 되어서야 천명(天命), 즉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을 알았다고 했다. 다만, 어떤 사람은 자신을 좀더 잘 알고, 어떤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 좀더 모른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자신을 올바로 알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 문화와 종교 등과 같은 여러 영역에 대한 지식 수준을 높여야 하며,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지혜로운 사람들의 가르침과 충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 하면, 나에 대하여 남들이 더욱 잘 아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결정은 각자의 책임이지만, 남들의 의견과 충고를 많이 참고하는 것은 매우 지혜롭고 바람직한 태도다.
사람은 사회를 떠나 혼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없다.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가 질서 있고 평화로워야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고 평화가 위협받는 곳에서는 학문이나 예술에서 위대한 업적이 이루어진 일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갈등 관계가 심화되면 개인의 창조적 활동이 위축된다. 우리 스스로 도덕적인 가운데 자아 실현을 위해서 노력할 때, 자기 자신은 물론 사회 전체를 발전시키고 평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인사회가 벌써 몇 달째 ‘한인회관’ 문제로 시끄럽다. 많은 인사들이 ‘우리가 얻은게 무엇인가?’며 자조적인 한탄을 늘어놓고 한인들의 ‘질(質)’을 운운한다.
영국인들은 돈이 생기면 오페라를 찾고 한국인들은 먹는데를 찾는다고 한다. 이 말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편집·취재부장 >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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