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가 올해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주로 선정됐고, 순서대로 플로리다주, 하와이, 콜로라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이 톱5 안에 들었다. 이밖에 지난해 10위를 차지했던 테네시주는 올해 7위로 3계단 뛰어오른 반면 워싱턴주는 5위에서 9위로 4계단 후퇴했다. 최근 미국의 언론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의 각주별 거주 선호도 조사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살고 싶은 곳이라도 그곳이 저절로 살고 싶은 곳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아무리 살고 싶지 않은 곳에 살아도 그곳이 저절로 살고 싶지 않은 곳이 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마음가짐’이요, ‘정들이기’다.
필자가 첫 번째로 미국에 발부친 곳은 멜리랜드주 실버 스프링이였다. 2년쯤 살다가 직장 관계로 테네시주로 이사를 하게되었다.
웨스트 테네시(TENNESSEE) 주경(州境)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고 있는 미시시피(MISSISSIPPI) 강가에 위치한 멤피스, 목화 따던 흑인의 애절한 사연(Uncle Toms)도 그렇커니와 위의 두 영문 철자 속에 또 다른 낭만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발길을 재촉했다. 이삿짐을 유홀 추럭에 싫고 골목 막다른 내집 앞에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골목 사람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이 우르르 나와 소매를 걷어 붙이고 이삿짐을 거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골목에서 그들 이웃 사촌과 정들고 산지 30년이 흘렀다.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자체 여론 조사에서도 테네시주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꼭 그렇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쩌다가 이웃들에게 살만한 고장이냐고 넌지시 물어보면 대부분이 살다보니 그렇게 느낀다며 "입에 맞는 케익(떡)은 어디에도 없다"며 웃는다. 그리고 더러는 좋은 곳이 아니고, 좋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그 중에는 이사 온 토박이도 있고, 우리 같은 낯선 외국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이유가 문 밖에 있지 않고 자신이 그렇게 만든 문 안의 ‘나그네 근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가 테네시 주에서 개업할 경우 UT(University of Tennessee) 의대 출신으로 짜여진 어망에 걸려 적응할 수가 없다는 말이 있어왔다. 같은 백인 토박이지만 ‘텃세’ 탓이다. 하물며 낯선 낯선 외국인이 여기서 개업을 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견디어 낼 수 없는 것일까. 견디면 견디어 낼 수가 있는 것일까.
인간은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사람은 사람 사이(人間)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좋은 씨앗을 뿌리면 뿌린 대로 거두게 마련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모든 것이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미국 속담에도 ‘나이든 개는 서로 쓸데없이 짖지 않는다’고 했다. (Old dogs don’t bark each other in vain)
우리 나라 대중가요에서 가장 빈도 높은 낱말은 ‘고향’이라고 한다. 대대로 붙 박이로 살아와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정착심리(定着心理) 때문이다. 그 고향에는 외가, 처가, 친지가 있어 서로 어울려 한솥밥을 먹어 온 사이다. 그래서 연줄이 닿지 않은 낯선 외지인을 경계하고 어울리는데 인색하다. 그래서 생긴 것이 ‘따돌림’이요 ‘지역감정’이다.
과연 이곳 미국 땅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한말(韓末) 백계 러시아 사람처럼 ‘무정한 타향’이 될것인가. 아니면 ‘정들면 고향이지 고향이 따로 있나’가 될 것인가. 문제는 그 고질적인 "나그네 근성"이다.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만들기 위해 버려야 할 "나그네 근성"이다.
캘리포니아!… 물론 살고 싶은 곳일 수 있다. 그러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완전한 목가적(牧歌的)인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어디에도 없다. 오직 삶의 시각으로 그런 곳을 만들어 볼뿐이다. 캘리포니아주가 올해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삶의 시각에 따라 삶의 보람도 달라진다는 관점도 아울러 생각했으면 해서 하는 얘기다. 문제는 주관이다. 물 컵에 몸에 좋다는 생수가 칠 홉 가량 담긴 상태를 생각해 보자. 불만스럽게 "왜 칠 홉밖에 안 되느냐"고 말할 수도 있고, 만족스럽게 "이렇게 칠 홉이나 되다니"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ikhchang@aol.co
멤피스 한인사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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