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치 - 드렁크 러브’
(Punch-Drunk Love)
★★★★(5개 만점)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혁신적이요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독창적인 영화를 쓰고 만드는 젊은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32·’부기나이츠’와 ‘매그놀리아’)의 괴팍하고 파격적이며 또 신경질적이면서도 부드럽고 상냥한 로맨스 드라마다. 올 칸 영화제서 임권택과 공동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앤더슨의 영화는 사회적 문제와 인간관계와 세상사의 우연성을 다루면서 종종 환상적이요 철학적이며 추상적이다. 대중적인 감독은 아니지만 그처럼 뚜렷한 자기 목소리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지닌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리듬과 편집이 생경하리만큼 모가 난 이 영화는 감독 말대로 프랑스 코미디언 감독 자크 타티의 작품이 연상케 한다.
때로 위험하고 과격하며 또 폭력적인데도 내면으로는 지극히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그리고 음악과 음향도 매우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 다른 영화들과 다른 매력적인 영화다.
시간은 1970년대. 샌퍼낸도 밸리(앤더슨 감독의 거주지이자 그의 다른 작품의 주요 무대)의 창고에서 화장실 도구를 도매하는 배리 이간(애담 샌들러)은 병적으로 수줍고 상냥한 남자.
항공사의 마일리지 혜택을 쌓느라 틈만 나면 마켓서 카트 한가득 푸딩을 사는 것이 취미다. 배리에게는 자기의 수줍음과 소극적 태도를 희롱하고 탓하는 7자매가 있다. 얌전한 배리가 갑자기 분노가 폭발, 기물을 마구 때려부수는 발작을 일으키는 데는 이런 자매들의 영향도 크다.
감정적으로 다치고 사랑을 포기한 배리에게(늘 LA의 날씨 같은 새파란 신사복을 입고 있다) 어느 청명한 날 세 가지의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배리의 창고 앞 거리에서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이어 같은 길에 택시가 서더니 약간 부서진 작은 오르간을 내려놓고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아이 같이 생긴 얼굴에 새파란 눈동자를 한 영국 여자 레나 레너드(에밀리 왓슨)가 불쑥 배리를 방문, 배리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배리와 레나는 정반대의 남녀. 배리는 달팽이처럼 폐쇄적이요 감정이 억압된 사람인 반면 레나는 삶과 생명력으로 가득 찬 광채 나는 여인. 결국 배리는 자신의 수호천사 같은 레나를 만나면서 사랑을 깨달으며 구원받는다. 둘의 로맨스가 아이들의 그것처럼 순진하기 짝이 없고 콤비가 일품이다.
배리가 어쩌다 사용한 폰섹스 때문에 핌프(필립 시모어 하프만)에게 공갈협박을 당하자 비행기까지 타고 이 핌프를 찾아가 정면대결 하는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부드럽고도 변칙적인 인간 성격 탐구와 로맨스와 우연성에 관한 광상곡 같은 희한한 영화로 참으로 엉뚱하다. 도무지 분위기와 이야기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경향의 작품으로 알듯 모를 듯한 야릇한 쾌감을 준다. 어리석은 코미디로 알려진 샌들러의 꼭두각시 비슷한 연기가 매우 좋다.
R. Columbia. 그로브(323-692-0829), 크라이티리언(310-248-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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