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계만들어 아내 구타도
▶ 푸른초장의 집 9돌 "한인 가정폭력 여전"
어느 날 저녁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던 한인주부는 귀가한 남편이 갑자기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고 어리둥절했다. 남편은 혼자 있으면서 거실의 불을 환하게 켜놓은 것은 주부로서 절약정신이 부족한 것이라며 폭행의 원인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남편의 말에 수긍한 부인은 다음날 저녁 거실의 불을 조금 어둡게 하고 책을 보며 남편의 귀가를 기다렸다. 남편은 이날도 부인을 구타했고 불을 어둡게 하고 책을 읽으면 눈이 나빠진다는 이유를 곁들였다.
이는 가정에서 폭력을 일삼는 남성들은 다양한 핑계를 만들어 부인을 구타하고 있어 가정폭력의 뿌리를 뽑기 위한 모범답안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
법집행 당국이나 가정폭력 예방기관들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자료는 오렌지카운티 한인가정 내 부인에 대한 남편들의 폭력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OC 한인사회에서 ‘푸른 초장의 집’(디렉터 엄영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을 부인키 어렵다. 이곳은 가정폭력으로 심신이 갈기갈기 찢어진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에게 도움을 손길을 제공하고 있는 곳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이곳에서 3개월간 머물면서 다시는 무자비한 가정폭력에 희생당하지 않도록 정신적으로 재무장, 새 사람으로 재 탄생하고 있다. 구타당한 많은 한인 여성들이 영어구사의 제한, 문화적 차이로 미국인 운영 셸터(Shelter)에서 적응치 못하고 쫓겨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곳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곳은 매월 평균 150∼200명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숙식과 함께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시키고 있다.
’푸른 초장의 집’이 오는 6일로 창립 9주년을 맞는다. 이곳 관계자들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가정폭력 근절상담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 이들은 지금도 관련 세미나 등에 참석, 피해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상담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남편에게 처음 구타를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차후 남편의 폭력방지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자친구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남성은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 높아, 이들은 미리 데이트할 때부터 함께 상담을 받는 것이 나중에 가정을 꾸렸을 때, 가정폭력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이들 관계자들은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처음에는 피해 여성의 남편들로부터 많은 공갈과 협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들은 가정폭행을 부부싸움으로 간주, 이 싸움에 제 3자가 개입한 것을 용납하지 못했고 이들이 부인을 빼돌린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푸른 초장의 집’은 3개월이 지나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 피해여성들이 자립할 때까지, 이들에 대한 도움을 연장할 수 있는 ‘제2의 머묾의 장소’를 마련키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이를 앞당기기 위해 독지가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푸른 초장의 집’ 창립 9주년 행사는 6일 오후 5시 풀러튼 소재 남가주 동신교회(2121 W. Wilshire Ave.)에서 열린다. 연락처 (714)532-2787.
〈황동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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