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밀집지역인 플러싱이 중국인 타운으로 변모해 가면서 맨하탄과 플러싱을 왕복하는 7번 전철안의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한 떼의 중국인들이 전철 안에서 중국말로 시끄럽게 떠들때는 중국인이 아닌 다른 민족이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중국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히스패닉 가게 종업원이 다른 손님들은 본체 만체 하면서 히스패닉 손님과 스패니쉬로 수다를 떨 때도 그런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한인들이 경영하는 네일업소에서는 손님을 앞에 앉혀놓고 종업원끼리 한국말로 온갖 이야기를 하는데 그 때 손님들도 아마 그런 느낌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중국어나 스페인어나 한국말이 나빠서가 아니다. 모든 민족이 가지고 있는 언어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고 그 민족에게는 그 나라 말처럼 정겹고 편리한 말이 없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말처럼 아름답고 편한 말이 또 있겠는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불란서 말이라고 하기도 하고 가장 발달한 언어가 영어라고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국말이 가장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말이다.
그런데도 이 미국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민족의 말이 생경하게 들리는 이유는 미국이 영어를 쓰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민족을 가르는 대표적 기준이기 때문에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는 동질성을 느끼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서는 이질감을 갖게 된다.
외국인들이 다른 언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나 우리가 우리말을 하는 외국인을 볼 때 반가와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국에서 한국말을 어떻게 써야 하나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미국인이나 다른 민족을 포함한 자리에서는 영어를 써야 한다. 이런 자리에서도 한인들끼리 인사를 나누거나 간단한 대화를 할 때는 한국말을 할 수도 있으나 옆에 외국인들을 앉혀놓고 장시간 한국말을 하는 것은 분위기를 해치기 쉽다.
한인업소에서 종업원들간에 대화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종업원들끼리 필요한 말은 한국말로 할 수 있지만 손님과 관련이 있는 말은 영어로 하는 것이 좋다. 버스나 전철 안에서 한인끼리 한국말로 대화를 할 때는 고성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지 않도록 조용하고 부드럽게 대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인들끼리만 이야기를 할 때는 물론 전적으로 한국말을 써야 한다. 미국에 살고 있다는 착각만으로 한인에게 전화를 걸어 영어로 말하는 사람을
간혹 볼 때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어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고 장점이 있지만 특정 언어가 특정지역에서 사용되는 것은 그 언어를 쓰는 민족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는 한국어가, 일본에서는 일본어가 쓰이고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 캐나다, 호주는 영어국가가 되었고 남미에서도 브라질은 포루투갈어, 다른 나라들은 스페인어를 쓰게 된 것이 모두 그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영어발음을 잘 하기 위해 혀를 수술한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으나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공산권지역에서는 한국말 배우기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등 구소련 지역과 중국, 몽골 뿐 아니라 동구국가에서도 한국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앞서있는 한국의 문물을 배우고 한국과 비즈니스 등 접촉을 하기 위해서이다.말이 민족간 동질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우세한 민족의 말이영역을 넓혀간다고 할 때 이 땅에서 우리 한인들이 할 일이 있다. 한인 비즈니스에서일하는 히스패닉 등 다른 민족의 종업원들이 “빨리 빨리” “미치겠다”는 등 한국말이나 배워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들에게 좋은 우리말을 가르쳐 쓰게 하면 우리 민족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 아닐까.
또 나아가서 이중언어 사용을 위한 운동을 강화하여 각종 면허시험, 공문서에 한글을 사용하도록 하면 우리말의 영역을 확대하여 그만큼 우리 민족의 힘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미국에서 우리말을 조금 더 큰 소리로 떠들어도 심한 눈총을 받지 않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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