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크던 작던 삶의 열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돈이 말하는(Money talks)’세상이어서 그런지 큰 재산을 남긴 사람이 일단 큰 열매를 맺은 것처럼 보인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학생들이 돈벌이가 되는 대학이나 전공과목에만 몰린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의 경우 자기가 맺을
열매는 돈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우친다.
사람이 어떤 열매를 맺느냐는 건 결국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다. 돈의 많고 적음만으로 그 사람의 열매를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피상적이고 천박스럽다. 사람은 돈버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답은 한가지다. 자신의 취향이
나 소명감, 곧 하고싶은 일을 찾아내 길지 않은 한 평생을 그 일을 위해 불
살라버렸을 때 정금처럼 남는 것이 그의 삶의 열매이다.
소설‘인간 굴레’로 유명한 영국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작품 가운데
‘달과 6펜스’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스트리클랜드는 런던의 한 증
권회사에서 평범한 직원으로 일했다. 그는 어느 날 17년간 몸담았던 회사
에 홀연히 사표를 던지고 홀로 파리로 향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그
림 그리기를 위해서였다. 그는 다시 남태평양 타이티 섬으로 떠난다. 타이
티 원주민들의 원시적 건강함 속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찾은 스트리클랜드
는 그곳에서 불후의 걸작품들을 많이 남긴다. 모옴은 이 소설에서 예술이
지향할 순수의 방향을 제시한다.‘달’은 예술창조의 광기를, ‘6펜스’는
하찮은 세속생활을 상징한다.
‘달과 6펜스’의 모델이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이라는 것은 정설처럼
돼있다. 고갱은 정통화가로 출발하지 않았다. 청소년 시절 6년간 뱃사람으
로 떠돌아 다녔고 23세 때 파리의 주식 중개회사에 취직했다. 그 사이 인상
파 화가 피사로와 만난 것을 계기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35세 때인
1883년 고갱은 직장을 버리고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화가로서의 고갱
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는 부르조아 문명의 물질주의에 대
한 철저한 반항으로 그의 창작열정을 불살랐다. 만년의 대작‘우리는 어디
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98)는 고갱의
솜씨가 절정에 달한 걸작으로 꼽힌다.
만학의 귀감은 우리 조상들 사이에도 많이 볼 수 있다. 조선조 중기에 대제
학을 지낸 양눌래는 당대의 제일가는 문장가로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분야의 학문에 막힘이 없는 석학이었다. 그러나 그의 당손자인 양충의는 어
렸을 적부터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나이 40이 되도록 낫 놓고 기억 자도 모
르는 까막눈이었다. 죽마고우들이 보라는 듯 고위직에 오르는 것을 보고 부
끄러움을 느낀 그는 뒤늦게 학문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찾은 그는 문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판서를 거쳐 좌찬성까
지 지냈다. 평균 수명이 50도 안 되던 시절이니 요즘으로 치면 환갑 넘어
서 공부를 시작한 셈이다. 늦게나마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 매진한 결
과 남부럽지 않은 큰 열매를 남길 수 있었다.
중국 전한시대의 학자 회남자는“배우고 싶어도 틈이 없다는 사람은 틈이
있어도 배우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던 공부를 계속하
지 않으면 머리가 녹슬고, 따라서 두뇌회전이 제대로 안돼 제자리에서 맴돌
게 된다. 공부가 나이와 별개 문제라는 사실은 미국 대학에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캠퍼스에 돌아와 그 동안 못다
한 공부를 계속하는 머리 희끗희끗한 미국인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동포들 가운데도 뒤늦게 커뮤니티 칼리지에 들어가 취미나 취업에 적합한
과목을 열심히 배우며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신명나는 생활을 추구하는 사
람들을 볼 수 있다. 한인들은 원래 자녀교육열이 뜨겁기로 유명한데, 이들
처럼 자녀교육 뿐 아니라 본인의 만학에도 신경 쓰는 동포들이 많아질 때
문화민족으로서의 한인의 긍지가 더욱 빛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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