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선수인 동시에 팬이다. 자기가 뛰고 있는 스포츠는 물론 타 종목에도 팬으로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메이저리그나 NFL, NBA에서 뛰는 선수들이 고교시절에는 최소한 2개, 많으면 3∼4개 종목이상에서 선수로 뛰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개중에는 보 잭슨이나 디안 샌더스, 브라이언 조단처럼 2개 이상의 종목에서 프로로 뛴 케이스도 있으나 대부분은 대학이후 가장 자신 있거나 좋아하는 종목에 집중하며 나머지 종목은 선수로서 커리어를 포기하게 된다. 그렇지만 선수로 뛰지 않는다고 팬으로서 열정까지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박찬호(29)가 속해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케이스도 마찬가지.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못지 않게 NFL과 대학풋볼에 상당한, 어쩌면 훨씬 열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2억5,200만달러의 사나이인 MVP 후보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야구관련 질문에는 신사적이고 세련되며 정중하게 답하지만 일단 대학풋볼팀 마이애미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순식간에 열정이 끓어오르는 팬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나를 베어보면 오렌지와 녹색(마이애미 칼라)피가 흐를 겁니다. 마이애미는 내 사랑이에요." 흥분한 로드리게스는 곧바로 동료인 허버트 페리에게 돌아서 플로리다대에 대한 야유를 보냈다. 페리의 모교인 플로리다는 바로 그 다음주 마이애미와 시즌 초반 최대 빅카드로 충돌할 팀. 로드리게스는 승패에 저녁내기를 제안했고 페리는 곧바로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결과는 마이애미의 압승이었고 페리는 꼼짝없이 ‘돈 많은’ 로드리게스에 저녁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인저스 라커룸내에 대학풋볼광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구원투수 잔 락커는 조지아대라면 사족을 못쓰는 열광팬이고 캐처 빌 해슬맨은 듣는 사람만 있다면 하루종일이라도 UCLA와 팩-10 선전을 떠들 것이다. 제이 파월과 라파엘 팔메로는 모교 미시시피 스테이트에 넋이 나갔고 리치 로드리게스는 테네시라면 밥 먹는 일도 마다할 열광팬이다. 페리는 플로리다 재학시절 백업 쿼터백및 펀터로 뛰었고 당시 팀의 러닝백이 바로 지금 NFL 최다러싱기록 경신을 눈앞에 둔 에밋 스미스(달라스 카우보이스)라고 한다. 그러나 단연 레인저스의 팀은 디펜딩 내셔널 챔피언 마이애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이반 로드리게스를 비롯, 후안 알바레스, 심지어는 마이애미에서 자라난 팔메로까지 가세해서 극성을 부려 아예 ‘마이애미 갱’으로 소문이 났다. 한마디로 대학풋볼이 화제에 오르면 레인저스의 라커룸은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른다. 이는 물론 다른 메이저리그 팀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프로스포츠는 비즈니스지만 대학스포츠는 패션(열정)이기 때문"이라고 그 열기를 설명한다.<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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