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체구의 일본인 여자 트레이너 아리코 이소(31). 한때는 그녀에게도 최근 WNBA 사상 첫 덩크슛을 터뜨린 리사 레슬리(LA 스팍스)처럼 여자 프로농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14살 때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그 꿈을 접어야 했던 이소는 이번 여름 레슬리보다 훨씬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거대한 점프를 했다. NFL 사상 첫 풀타임 여자 트레이너가 된 것인데 USA투데이지는 6일 그녀의 스토리를 대서특필했다.
NFL 트레이너의 이미지는 전통적으로 입에 시가를 물고 선수들의 발목에 테이프를 감아주며 선수들의 불평불만을 들어주는 남자들이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프로 스포츠 트레이너들은 더 이상 ‘퍼스널’ 또는 ‘피트니스’ 트레이너들이 아닌 대부분 석사과정을 밟은 ‘전문가’들이지만 여자들에게는 여전히 문이 닫혀 있던 세계였다.
이소 역시 오리건 스테이트에서 학사, 샌호제 스테이트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뒤 6년간 포틀랜트 스테이트 스포츠 팀들의 트레이너로 활동해 오며 여름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 인턴으로써 틈틈이 기회를 노리던 끝에 올해 드디어 ‘금녀의 집’에 들어선 것이다.
이소는 온갖 경력을 다 갖춘 실력파인데다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한 자부심과 열성이 돋보여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천천히 하는 일이 없다. 연습장에서 보면 선수들보다 더 빨리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선수들을 돌본다. 스틸러스의 헤드 트레이너 잔 노르윅은 이에 대해 “저 열성을 보라. 남녀를 떠나 충분히 자격이 되기에 그녀를 채용했다”고 말했다.
미 트레이너스 협회(NATA)에 따르면 전국 3만207명 회원중 47.9%에 이르는 1만4,459명이 여자며 사상 처음으로 칼스테이트 풀러튼 헤드 트레이너인 줄리 맥스가 현역 회장에 올라 있다. 그러나 여자들에게는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NATA에 따르면 NBA에는 휴스턴 로케츠와 워싱턴 위저즈에 풀타임 여자 어시스턴트 트레이너가 2명 있지만 메이저리그와 NHL에는 아직까지도 단 1명이 없다. 이소는 이에 대해 “선수들이 나를 남자 또는 여자로 보지 않고 다만 프로페셔널 트레이너로 보기만 바란다”고 말한다.
스틸러스의 올프로 라인배커 제이슨 길든은 이소에 대만족이다. “꼼꼼하고 훌륭한 트레이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강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풀백 아버트 투이풀로투에 따르면 이소는 ‘터프 걸’이기도 하다. 훈련을 소홀히 하게 놔두지를 않아 “여자로 보이지가 않는다”고 했다. 이소는 이어 선수들이 홀랑 벗고 샤워를 하는 NFL 라커룸에 들어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냐는 질문을 받고는 “긴급한 상황이면 뛰어들어가지만 보통 남자 트레이너에게 맡기면 된다”며 웃는다.
여자로써 최초로 NFL의 벽을 뚫은 이소는 이제 어린 미국 여자들의 우상이기도 하다. 두케인대에 재학중인 켈리 리버맨(22)은 이소를 보고 스틸러스에 인턴을 지원했다.
<이규태 기자>
paulk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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