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부족한 것의 끝은 있어도 가지려는 욕심은 끝이 없어 갖고 있어도 또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인 것 같다.
사람들이 먹고 쓰고 자는 것이 부족하여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가지고 있는 것이 적다고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 나는 석가나 예수, 알라신 그 누구든지 나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가지고 있는 것에 자족할 수 있게 하여 주시고 설사 가진 것이 없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애원하겠다. 어느 신(神)이라도 나의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다면 그 신에게 무릎을 꿇고 수천, 수만 번의 감사의 기도를 드리겠다.
그러나 어느 신도 간절한 나의 소원을 들어 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불행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는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이순(耳順)에 접어들기까지도 행복이 무엇이고 불행이 무엇인지 구별을 못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가끔은 지난 세월과 현실을 비교하면서 불행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되돌아본다.
나는 함경도 시골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4철 잡곡밥을 먹고살았는데 흰쌀밥은 1년에 한두 번밖에 먹어보지 못했고 옷은 무명 광목으로 홑바지를 만들어 입었고 신은 검정 고부로 만든 신이나 나막신을 신고 살았는데 그때는 욕심이 적었고 사는 것이 단순해서인지 먹고사는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 후 6.25 사변으로 월남하여 부산에서 하꼬방(판잣집)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 체온으로 추위를 녹이면서 살았는데 그때는 먹는 것도 부족하여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꿀꿀이죽으로 생명을 연명했다.
그때는 사는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조그마한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돈을 벌고 주변을 보면서 남과 비교하며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적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가지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가지고 또 가져도 만족치 못하고 오히려 불행의 골만 깊어가고 있다. 심지어는 지상 낙원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살면서 까지도 가진 것이 적다고 불평을 하니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옛날에는 추우면 추운 데로 더우면 더운 데로 살았고 먹는 것도 허기를 면할 정도로 겨우 먹고살았다. 그래도 불편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더우면 시원하게, 추우면 덥게 살 수 있는 집에서 배불러 더 못 먹을 정도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가진 것이 적다고 불평들을 한다면 정말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적다고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진정한 행복을 모르고 사는 것이다.
나는 요즘 법정 스님의 ‘무소유(無所有)’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지나친 욕심을 달래려고 애를 쓴다. 법정 스님은 가지고 있는 것이 불편하고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고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물건을 가지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자신의 물건의 노예가 된다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정말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말이다.
지금 미국의 어느 지방에서는 버리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TV며 불필요한 가재도구며 먹는 것도 적게 먹고 간편하게 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찌 보면 버리기 운동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론과도 상통하는 길이 된다.
법정 스님은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법정 스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여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나 법정 스님처럼 아무것도 가지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 나의 재산이라는 그 말을 상기하며 나도 그 욕심을 버려야 할텐데 하면서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나 스스로가 미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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