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는 와중에 월드컴이 세계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한 때 AT&T에 이어 미 제2위의 장거리 전화회사였던 월드컴은 장부 조작을 통해 40억 달러에 가까운 액수를 허위로 번 것처럼 보고했음을 시인했다. 미 기업 사상 최대의 사기극인 이번 사건은 한 회사 차원을 넘어 미 기업 윤리와 감독기관의 신뢰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올 초 터진 엔론 스캔들도 투자가들에게 충격을 줬지만 이번 사건은 그 때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엔론은 그나마 복잡한 장부 처리 수법으로 보통 감사로는 잘못이 드러나지 않게 교묘하게 죄상을 은폐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컴은 가장 기본적인 회계의 원리를 어기는 ‘과감함’을 보였다. 월드컴 간부들이 1년여에 걸쳐 이같이 무모한 사기극을 벌이는 동안 자체 감사와 외부 감사, 감독 기관과 월가의 투자 분석가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월드컴 부정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미국 증시는 물론 한국과 일본, 유럽의 증시가 폭락하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각종 기업 스캔들과 재정 및 무역 적자, 달러화 폭락 등으로 가뜩이나 미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외국 투자가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할 게 틀림없다.
올 초까지 만도 낙관론이 팽배하던 미국 증시는 이제 9·11 테러 직후 폭락했던 수준에 근접해 있다. 시장 질서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주가는 향후 경기에 관한 가장 정확한 지표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부 전문가 예측대로 미국이 이중 불황의 늪에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일본과 유럽이 아직도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미국이 다시 불경기를 맞는다면 전 세계가 70년대 이후 첫 동반 불황의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부정을 저지르는 기업인은 전체로 보면 극소수이다. 그러나 이런 소수가 경제를 망친다. 기업인들의 자성과 함께 감독기관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을 엄단, 하루 속히 투자가들의 믿음을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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