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에는 바이애그라가 미 화이저(Pfizer) 제약회사에서 개발되어 발기부전 남성들에게 희소식을 안겨주더니 이번에는 보톡스 주사가 주름살을 제거해 주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젊음을 되찾아주고 있다.
늙어가면서 가장 서러운 것이 로맨스가 없어지는 것이라던 노인들은 물론 중년인데도 불구하고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세상 사는 재미를 다시 안겨준 바이애그라는 인류 최대의 발명작이라는 찬사까지 듣고 있다.
미국성형수술협회에 의하면 2000년 시행된 성형시술 가운데 보톡스 주사요법이 19.1%를 차지했고 FDA가 지난 4월15일 보톡스를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식 승인한 후 더욱 뜨거운 바람이 불고있다.
이에 질세라 한국에서는 계모임까지 만들어 상류층이고 중산층이고 할 것 없이 40대 이상의 주부들, 취업이나 승진을 앞둔 남성들까지 보톡스 주사로 주름살을 펴고 있다 한다.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툴리눔 독소를 희석시켜 주름살을 펴는데 사용하는 치료제인 보톡스 주사를 맞은 지 10분 남짓이면 쭈글쭈글 고랑이 팬 주름살이 팽팽하게 당겨진다니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 하다.
이제는 아줌마, 할머니는 없고 모두 ‘아가씨’만 있고 아저씨, 할아버지도 사라지고 전부 ‘젊은 오빠’만 있을 형국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젊어 보인다”, “예뻐졌다”는 말을 좋아한다. 요즘은 남녀간에 최고의 찬사가 “섹시해 보인다”는 말이라고도 한다. 이런 시대에 보톡스 주사와 바이애그라에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수명까지 길어진다고 한다.
영국 BBC 방송이 지난 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으며 조만간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짐 외펀과 독일 맥스플랭크인구학 연구소의 제이스 바우펠 박사는 지금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온다는 것.
이들이 평균 수명이 연장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난 1840년 이후의 유형에 근거한 것으로 그때 이후 평균 수명이 매년 3개월씩 연장돼 왔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남성 65세, 여성 70세로 200년 전에 비해 거의 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아 이같은 추리는 별 무리 없이 보인다는 것.
그런데 왜 이런 뉴스를 듣고 심난해 질까?
100세까지 무얼 하나? 오래 산다고 반드시 좋은 것일까? 주름살이 패이면 보톡스 주사 맞고 정력이 떨어지면 바이애그라 약 먹고 언제까지나 젊음을 누리면서 산다!
그런데 이 것이 왜 피곤해 보이는 것인지?
삶의 연륜이 쌓인 고랑이 자연스럽게 얼굴에 패인 노인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는 교훈이 되고 감동을 줄 것 같은데 얼굴은 팽팽한데 ‘요즘 젊은애들은 말이지’ 하고 충고를 하려들면 얼마나 꼴불견인가?
더구나 입에서는 철학적인 삶을 말하는데 얼굴은 약효가 떨어질 때마다 계속 맞은 보톡스 주사의 부작용으로 인해 표정이 사라진, 데드 마스크처럼 굳어진 얼굴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미세한 눈 떨림이나 얼핏 스쳐 지나가는 얼굴 표정이 얼마나 많은 감정, 말, 생각을 대변하는 지, 오랫동안 살아온 자신의 삶의 흔적을 단지 젊어 보이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콘크리트로 도배하듯 발라버린다면 글쎄?
너도나도 팽팽한 얼굴로 밤 생활까지 잘 하며 백세까지 산다면 노부모를 모시는 자녀들에게 그리움, 애틋함, 아쉬움, 슬픔 같은 그런 감정이, 나중에는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그런 단어조차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지 넘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지 억지로 한 것은 꼭 탈이 난다.
발달하는 현대 문명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면서도 지금 우리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아연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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