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감이 있지만 최경주에 대한 얘기를 안할 수 없다.
한국에서 연속 상금왕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누리던 최경주가 PGA의 문을 두드린 것은 98년이었다. 그는 PGA 입문 테스트인 퀄러파잉스쿨(Qualifying School) 1차 예선에서 낙방한다.
최경주는 99년 일본프로골프에 참가 2승을 거둬 퀄러파잉스쿨 1, 2차 예선을 면제받았고 최종전에서 35위로 전경기 출전권을 따냈다.
2000년 시즌 그는 상금랭킹 134위로 시즌을 마쳐 다음해에 일부 대회에만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부분적으로 대회에 참가하느니 퀄러파잉스쿨에 다시 참가해 풀시드를 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무척 인상이 깊었다.
이와 반대로 엇물리는 기억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한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특정 구단과의 비밀 계약으로 파문을 일으킨 뒤 공개 테스트(Tryout)에 참가한 이 선수는 그러나 해당 구단으로부터 몇십만달러에 불과한 연봉을 제시받자 단호하게(?) 거절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시즌이 끝난 뒤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서 최고 대접을 받는 자신이 형편없는 연봉을 받는 것은 모욕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의 관행을 잘 알지 못해 미숙하게 일을 처리했던 소속 구단의 잘못도 컸지만 이 선수의 태도 또한 프로답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었다. 미국 진출을 앞둔 프로선수가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니….
스포츠든 연예계든 미국의 시스템에서 가장 부러운 점은 꾸준히 도전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그렇지 못할 경우 즉시 걸러내는 필터링 과정이다.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를 반복할 여지가 적은 것이다.
최경주가 초기 어려움을 딛고 재도전하지 않고 한국이나 일본으로 돌아갔다면….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은 역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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