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은 ‘마더스 데이’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어느 마을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 어머니와 오붓하게 지내던 어느 날 소녀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게 됐다. 몹시 슬퍼하던 소녀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그 묘소 주위에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던 카네이션을 심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전에 잘 모시지 못했던 것을 무척 후회했다.
소녀는 어느 모임에 참석하면서 가슴에 흰 카네이션 꽃을 달고 나갔다. 주위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소녀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어머니 묘소에 심어 놓은 카네이션과 똑같은 꽃을 달고 나왔다고 말했다.
소녀는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여 그 운동이 이웃으로 널리 번져 나갔다. 이 운동이 점점 번져 1924년 미국의 제28대 윌슨 대통령이 5월의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한 것이 그 시초가 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5월의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해 어머니가 생존한 사람은 빨간 카네이션을, 어머니를 여읜 사람은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가정에서는 어머니에게 선물을 한다.
흔히 마더스데이는 어머니를 위한 날이라 칭하지만, 한인들에게는 어버이에 대한 은혜를 헤아리고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과 보호를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많은 한인들이 ‘어머님 은혜-높고 높은 하늘이라…-’로 잘못 알고 있는 이 노래는 부모님의 육순이나 칠순 잔치에 가족들이 함께 즐겨 부르는 양주동 님이 쓰신 ‘어머니의 마음’이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생국지은(生鞠之恩)이라 한다.
중국의 고전인 시경에 부혜생아(父兮生我) 모혜국아(母兮鞠我)라는 구절이 있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셨네’ 로 시작되는 이 시는 부모님의 기대에 미처 부응하지 못한 죄책감과 제대로 모시지 못한 어느 효자의 회한을 읊고 있다. 여기서 부모님의 은혜를 어루만짐, 사랑해줌, 가르쳐줌, 길러줌, 보살펴줌, 감싸줌, 안아줌 등 7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부모님의 은혜를 표현한 이 시는 욕보지덕(慾報之德) 호천망극(昊天罔極)으로 끝을 맺고 있다. 그 은혜 갚고자 하나, 하늘같아 끝이 없다는 뜻이다. 흔히 우리말에 ‘내리 사랑’이란 표현이 있듯이 자식이 부모님의 뜻을 헤아리는 것조차 쉽지 않고, 자식들이 부모님의 은혜를 절반이라도 갚을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불경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은 어버이의 은혜를 10가지로 꼽고 있다.
어머니 품에 지켜주는 은혜, 해산날에 즈음하여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 자식을 낳고서 근심을 잊는 은혜,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뱉아 먹이는 은혜,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시는 은혜, 젖 먹여 길러주신 은혜, 손발이 다 닳도록 씻어주시는 은혜, 먼 길 떠났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자식의 장래를 위해 나쁜 일까지 서슴지 않는 은혜,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은혜 등이다.
어머니들은 출산할 때 3말8되의 피를 쏟는가 하면 8섬4말의 젖을 먹인다고 한다. 공자는 3,000가지 죄악 가운데 불효를 으뜸으로 꼽았다.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자식은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 수미산을 백 번, 천 번 돌더라도 다 갚을 수 없다고 한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물은 근원 없이 흐를 수가 없다”는 말은 세상에 조상과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음을 일컬어 비유한 말이다.
이번 주 일요일이 ‘마더스 데이’이다.
내가 부모로 인하여 세상에 태어났고 그 부모로 인하여 길러졌음을 안다면 부모를 받들고 모셔야 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조건이 있을 수 없고 이유가 있을 수 없음을 되새기며 어버이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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