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수억에서 수백억원의 돈 때문에 용광로처럼 끓고 있다.
그같은 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고 궁금하지도 않은 나는 초등학생 아이의 런치 머니 거스름돈 봉투를 앞에 놓고 감격해 있다.
가로 세로가 4×2.5 인치 정도의 누런 봉투 겉에는 아이 이름 및 학년과 반, 잔액 1달러를 연필로 써놓았고 안을 열어보니 꼭 꼭 접은 1달러가 들어있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매주 수요일, 다음 주 런치 머니를 받는다. 화요일 저녁에 깜빡 잊고 챙겨주지 않으면 다음 일주일동안 꼼짝없이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
한달에 한번 받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안되면 월요일이나 화요일 미리 받으면 잊어버려도 다음날 낼 기회가 있으련만 꼭 수요일 하루만 받고만다.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학교에서 주는 런치보다는 엄마가 싸주는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더 좋아해 가끔 런치 머니 내는 날 일부러 잊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아침에 허둥지둥 챙기는 엄마 꼴이 안됐다 싶었는지 고학년이 된 지금은 아이가 먼저 화요일 저녁이면 런치 머니 내는 날임을 알려준다.
그런데도 잔돈이 없을 때면 ‘내일 아침에 학교 갈 때 줄께’ 하고는 잊어버리기도 한다. 다음주에 휴일이 하루 끼어있으면 4달러만 내야 하는데 그것을 기억 못해 수시로 학교로부터 거스름돈을 받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자그마한 봉투 안에 동전이나 1달러가 얌전히 들어앉은 것을 볼 때마다 ‘참, 미국 교육은 계산이 철저해서 좋네’하고 감탄한다.
이 작은 일이 은연중에 교육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트립을 가거나 책을 구입한 후, 피자 파티 후 남은 거스름돈을 10센트든, 25센트든 귀가하자마자 가방에서 꺼내 안방 화장대 위에 올려놓는다.
다음날 용돈을 다시 타더라도 일단 그날 쓰라고 준 돈의 거스름돈은 1센트도 어김없이 돌려준다. 처음에는 무심코 “너 가져” 하려다가 “그게 아니지” 싶어 꼭 챙기고 있다. 그리고 기프트샵에서 어떤 것을 구입했고 무엇을 사먹었느냐고 사용한 돈의 내역에 대해 일부러 물어본다.
초등학생 아이에게는 특별한 경우, 고등학생 아이에게는 1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고 있다. 사춘기 아이는 모은 돈으로 가끔 옷을 사는 모양이지만 모른척 한다.
그래도 유방암 환자를 위해 학교친구들에게서 기부받은 동전 한 움큼을 가져와 “이걸 갖고 대신 이 돈만큼 체크를 써달라, 엄마도 기부하고싶으면 보태도 좋고” 한다. 수시로 자선기관을 위해 동전을 모으는 것을 보면 스스로 돈 쓰는 법을 배워가는 것같아 대견하다.
한인가정마다 용돈을 주는 방식이나 액수가 다양하겠지만 경제교육은 어려서부터 필요하다.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어 미안한 마음을 넘치는 용돈과 선물로 대신 하다보면 잘못된 경제 마인드를 가지게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존 위트콤(Dr.John E. Whitcomb)의 저서 ‘스마트 머니, 스마트 키즈’(Smart Money, Smart Kids)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부모가 알아두어야 할 규칙으로 (1)간섭하지 말고 아이들을 믿는다 (2)실수를 통해 배우도록 한다 (3)장기간에 걸쳐 계획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4)언제나 공정하게 대우한다 (5)단계적으로 가르친다 (6)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도록 대우한다 (7)형편에 맞게 생활하도록 한다 (8)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인다 (9)작더라도 저축, 자선, 투자를 자주 훈련시킨다 (10)진정한 가치는 돈의 뒤편에 있음을 주지시킨다는 10가지를 들고 있다.
요즘 한국 매스컴에 연일 등장하는 부류들이 어려서부터 책임감 있는 용돈관리 교육을 받았더라면 남의 돈을 무감각하게, 함부로 주고받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토요일, 내게 마더스 데이 선물을 사줄테니 백화점에 가자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아무래도 돈을 모으기보다는 쓰는 법을 너무 잘 가르친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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