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째 AWCA서 자원봉사 유영자 할머니
유영자(82) 할머니는 노동(老童)이다. 비록 신체는 늙었으되 정신 연령은 아직 이팔 청춘이다.
지난 13년간 뉴저지 포트리 소재 뉴저지 여성사회봉사센터(AWCA, 구 뉴저지 YWCA)에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출근한다. 센터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사무실을 정돈하고 전화도 받으며 전봉숙 총무를 돕는다. 퇴근 때 사무실 문을 잠그는 것 역시 유 할머니 몫이다. 월~목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주 4일 하루 8시간 무보수로 일하면서도 그렇게 즐겁고 보람될 수가 없다. 유급 직원이었다면 아마 금새 그만 두었을 것이다.
AWCA는 금요일에도 문을 열지만 유 할머니는 출근하지 않는다. 이는 AWCA가 유 할머니에게 금요일만은 출근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 탓이다. 유 할머니가 AWCA에 갖고 있는 유일한 불만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모종합병원을 운영하던 남편과 함께 79년 자녀들 초청으로 이민왔다. 얼마 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 생활을 해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같은 결심의 한가지 결과가 AWCA의 자원봉사라 할 수 있다. 물론 당초 자녀들의 반대는 심했다.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자녀들은 어머니가 고생한다고 만류했지만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3남4녀의 자식들 모두 명문대를 졸업했다. 집안에 박사가 아들 둘, 사위 둘 등 4명이나 배출됐다. 서울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한 큰딸 이건미(59)씨는 뉴욕대학에서 공부한 후 67년 뉴욕타임스에 입사, 현재 간부로 있다.
그의 남편 김정환씨는 시카고 대학을 나온 통계학 박사다. 둘째인 장남 이건국(57)씨는 현재 미시시피주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 셋째인 둘째 아들 건무(55)씨는 서울대를 졸업, 리하이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취득 후 AT&T에서 연구원으로 20년간 근무했다. 지난해 은퇴, 현재 서머빌 알곡 교회 담임 목사로 있다.
여섯째인 셋째 아들 이건성(47)씨 역시 명문 브라운대학을 졸업,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후 잭슨대학 화학과 교수로 있다.
유 할머니는 5년전 또다시 7남매의 가슴을 덜컹하게 하는 일(?)을 저질렀다. 자원봉사에 한술 더떠 AWCA에서 멀지 않은 노인아파트에 입주했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병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같지만 정작 본인은 자원봉사와 독립적인 삶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바쁜 자식들을 오라가라 하기 싫어 얼마 전 혼자 백내장 수술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98∼2001년 북부 뉴저지 한인 노인회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2000년 뉴저지 YWCA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자원봉사상을 받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