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 카운티가 발표한 통계 중 한국 성씨별 분포조사를 보면 이혼한 부부가 30%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0%는 이혼은 안 했지만 정신적으로 거의 이혼한 상태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게 상담기관측의 설명이다.
뉴욕 경우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LA 한인사회와 별 차이가 없으리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한인가정의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한인가정을 보게 되면 가정이라고 얘기하기도 힘든 경우가 많이 있다.
문화 및 사회배경,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거나 힘든 일을 하는데서 오는 갈등, 심지어는 종교문제로 인한 마찰에 이르기까지 부부가 정말 뜻이 맞아 사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더하면서 가정은 더욱 더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어느 사회학자는 “2002년이 넘어서면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가정이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수준에선 생각할 수도 없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계산기를 두드리던 시대에서 불과 20~30년만에 컴퓨터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면서 가정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급물결을 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날로 문명화되면서 가정의 소중함은 점점 더 전통적인 가치기준과는 동떨어지고 있다. 가정의 보금자리란 용어는 이미 상당수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들에게 가정은 보금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부담스럽게 생각되는 곳일 수도 있다. 요즈음은 가정이 보금자리라고 생각하거나 또 그렇게 말하는 2세들이 많지는 않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성장해 밖으로 나가면 집으로 오더라도 무슨 날이나 돼야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와서도 잠깐 들여다보고는 친구들이나 찾아다니며 밤새우고 하지 집이라고 해서 붙어 있으려고 들지 않는다. 가정의 의미가 불과 몇 십 년 새 이처럼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뀌었다.
지금의 한인가정은 부부가 이혼을 하더라도 집안의 기둥인 남편이 잘못돼서 하는 건 옛말이고 가정의 마지막 보루인 부인의 입장에서 유리한 쪽으로 하기 위해 법을 악용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인사회의 가정문제는 돈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부사이에 신뢰감과 애정이 상실되면서 빚어지는 것이 통례라고 한다.
가정의 토대가 되는 부부간 신뢰감이 무너지면 아무리 돈이 많은 가정이라도 깨어지게 되어 있다. 집을 지을 때 기초가 잘 돼있는 집은 비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지만 내장이 고급으로 잘 된 집이라 하더라도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붕괴될 수밖에 없다.
가정문제는 주로 배우자의 부정, 술, 마약, 도박 등이 원인이 되지만 종교문제로 진통을 겪는 가정도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정은 주축을 이루는 부부사이에 마음의 문제이다.
마음이 갈라지면 아무리 좋은 집도 금이 가게 마련이다. 자녀양육은 물론, 노인봉양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부부간의 화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다면 갈수록 무너지고 있는 이민가정의 아픔은 무엇으로 감싸야 하는가. 무엇보다 부부사이에 무너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깨어진 가정을 회복시켜야 한다.
험준한 준령을 오르자면 아무리 유능한 등산가라 할지라도 혼자서는 더욱 힘이 든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주민이 짐을 날라주고 도와주는 보조자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치유가 어려운 가정의 상처를 꿰매기에는 관계기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가까운 이웃이나 친척, 친구들이 평소 문제 가정의 회복을 측면에서나마 돕는다면 가정의 상처는 보다 빨리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가정이 상담기관 까지 다가가기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요원하다.
지금은 한인사회가 어떻게 하면 상처 난 가정의 회복을 가져올 수 있을까에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으면서 이 점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은 멀쩡했던 부부가 하루아침에 이혼했다는 소리를 자주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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