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6개월 전에 종합주가지수 500선에 머물렀던 한국주식이 최근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한때 종합주가지수 1,000을 목전에 둘 정도로 급등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위 개미군단까지 주식투자에 가세했다는 소식이다.
지수상으로 2배 가까이 주가가 올랐지만 개별종목에 따라서는 3배 이상 오른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단기 급등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실물경제가 주가상승을 뒷받침할 만큼 좋아졌다는 말인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1,000억 달러를 상회하고 금융기관과 재벌의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연초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 (S & 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올리게 되었다. 또한 그 무렵 미국경제의 전망에 대해 대체로 낙관론이 지배적인 것을 계기로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에서 한국은행을 비롯해 민간경제 연구소들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이상으로 내놓았다.
주가는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6~9개월 전에 상승하기 시작하므로 한국의 주가상승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주식투자 열풍을 보면서 우려되는 면이 많다. 2002 한일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모두가 들떠있는데다가 빨리 식고 빨리 뜨거워지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이 그대로 작용하여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두 단계 올라 갔다고 하지만 아직은 IMF 관리체제 이전에 비해 두 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심각한 불황과 실업을 겪어온 한국경제가 아직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도 아니다.
더구나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미국경제의 전망에 대해 연초에는 낙관론이 지배하다가 지금은 수익률이 예상치를 밑도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신중론으로 바뀌고 있다.
중동정세가 불안하여 유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수출의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금융시장에서는 단기 유동성 과잉과 이로 인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 과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신규 가계대출이 급증하였고 가계대출금의 60% 이상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가계대출금의 90%는 부동산을 담보로 이루어진 것이고 서울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위험도가 높은 기업대출보다는 개인들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선호하였고, 서울 강남 지역에 사는 부유층이 앞장서서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하여 처음에는 부동산투자에 열중하다가 정부에서 부동산투기를 단속하니까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린 삼성전자 등 우량주식에 집중투자하면서 종합주가지수를 크게 끌어 올린 셈이다. 그런데 시가비중이 큰 몇 종목과 외국인 매수 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종목들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러한 주식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태로 뒤늦게 주식시장에 참여한 개미군단은 우량주식보다는 저가주식에 무조건 투자하여 손해보기 십상이어서 개인신용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
한국이 IMF를 겪으면서 중산층이 크게 무너졌는데 부유층이 주도한 부동산, 주식투자가 자산가격의 거품으로 이어지면서 부유층과 빈곤층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면 장차 사회적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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