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간 간암투병 아버지 간병하며 모두 명문대 입학
퀸즈 더글라스톤에 거주하는 현문철(63)·김영악(62)씨 부부 집에는 유난히 따스한 봄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가족 앨범을 보면서 아버지의 긴 암 투병생활에도 불구, 구김살 없이 훌륭히 성장해준 5남매에 대한 미안함과 대견함에 눈시울을 적셨다.
현씨가 간암진단을 받은 것은 늦둥이 막내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인 94년.
아이들이 한창 공부할 나이에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암 선고를 받은 후 현씨 가족의 눈물겨운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수술 후 몇 차례 암이 재발하기 8년, 올 들어 진단결과 아들 대인씨의 간을 이식 받는 길밖에 없다는 의료진의 권유가 있었으나 현씨는 "나 살자고 한참 자라는 열 아홉살난 아이의 간을 이식 받을 수 없다"며 수술을 포기한 것.
듀크 의과 대학 병원 노인암 전문의 수련의로 있는 큰딸 수진씨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병원 인터넷을 통해 간이식자를 찾아 나섰다.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대만의 국립 손문 암센터의 소개를 받아 간을 이식받지 않고도 암세포를 냉동시켜 치유하는 암치료 전문의를 찾아냈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시건 의과 대학 교수 조경재 박사로부터 힘겨운 치료를 받은 끝에 열흘 전 암이 완전히 치유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암과의 싸움 8년만에 가족 모두에게 환한 웃음을 되찾아준 기쁜 소식이었다.
부인 김씨는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한 부모 마음을 헤아려 아이들이 의젓하게 자라 주었다"며 "SAT 시험을 치를 때나 대학 입학 등 중요한 시기마다 남편이 병원에 입원하느라 마음 고생한 아들 대인이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병상에 있는 아버지와 아버지 병간호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 수진(32), 수정(30), 수현(28), 수아(25)씨 등 딸 넷 모두 장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명문 대학을 마쳤고 막대 대인(19)씨는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이다.
이들 모두 명문 특수고등학교 출신으로 수진씨는 헌터 고등학교를, 나머지 형제들은 스타이브센트 고교를 졸업했다.
수진씨는 컬럼비아 대학을 거쳐 코넬 의대를 나와 하버드의대 대학병원에서 어려운 노인병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0년 하버드 의과 대학 병원 장학생으로 선발돼 하버드대 대학원 보건 석사 학위 취득도 눈앞에 두고 있다. 듀크 의과 대학 병원 노인암 전문의 수련 과정이 끝나는 올해 이 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할 예정.
둘쨋 딸 수정씨 역시 컬럼비아대와 코넬 의대를 거쳐 현재 컬럼비아 의대 병원 비뇨기과 수석 레지던트로 근무 중 필라델피아 어린이 병원이 전국에서 1명을 뽑는 어린이 비뇨기과 전문의 수련의로 발탁됐다. 지난해 컬럼비아 의대 병원의 최우수 레지던트 상을 받기도 했다.
셋째딸 수현씨는 노스웨스턴 대학을 졸업, 하와이 열방대학에서 선교학을 이수, 나약 신학교 선교 지도자 양성 과정에 있다.
컬럼비아 대학 졸업 후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한국 도자기를 전공 중인 넷째 딸 수아씨는 2000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뽑혀, 한국 이화여자 대학에서 1년간 한국어 연수를 밟았고 2002년 대만 문교부 장학생과 코리아 파운데이션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수아씨는 셋째 언니 수현씨와 함께 내년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스타이브센트 고교 학생회 부회장을 지낸 그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한국관 개관 멤버로 한국 미술품 서적 편찬에 참여하기도 했다.
병원 경영이 꿈인 대인씨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의대 입학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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