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외국 제품이 수입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외국여행자들이 외국에서 사온 외제품이 매우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외제 선호도는 극심했다.
그래서 월남과 중동 특수로 많은 사람들이 외국을 드나들면서 외제 보따리장사가 성행했는데 물건을 많이 휴대하면 관세를 많이 물게 될 뿐 아니라 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밀수행위가 많았다.
그런데 그 중에 이런 밀수 수법도 있었다고 한다. 보따리 장사 몇 명이 한 조를 짜서 각자 외제물건으로 잔뜩 짐을 꾸린 뒤 공항에 도착하여 세관을 통과할 때 만만한 세관원을 골라 줄을 선다는 것이다.
세관원이 외제물건을 들여오는 사람들로부터 뇌물을 먹으려는 심리를 이용하여 맨 앞에 섰던 사람이 세관원에게 달러를 쥐어주고 무사히 통관해 나가면 뒤따르던 사람들은 세관원이 뇌물 먹은 것을 협박하여 모두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무사 통관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약점을 잡히면 맥을 추지 못하게 된다. 개인 뿐 아니라 공권력 조차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약점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을 옭아매고 있다는 심리적 우월감을 갖게 되고 반대로 약점을 잡힌 사람은 주눅이 들어 기를 펴지 못하게 된다. 남의 약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안전이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약점을 이용하려 든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람을 청부 살인하는 스토리도 있는데 이런 경우 남에게 살인을 시킨 사람이 살인범에게 협박당할 수 밖에 없다. 일심동체인 부부가 함께 범법행위를 했다가도 서로 원수가 되어 헤어지게 되면 무서운 밀고자로 돌변할 수도 있다. 회사나 정부와 같은 조직에서도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심복의 배신으로 낭패를 당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
요즘 한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최모 전 총경의 미국도피 경위가 석연치 않은 점에서도 이런 의문을 남기고 있다. 그는 대통령 아들이 연루된 것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대형 부정사건과 관련이 있는 자로서 현직 경찰관의 신분으로 외국으로 도주했는데 도주 중에도 경찰간부와 전화통화를 하고 뉴욕의 JFK공항을 통해 특이한 입국을 하여 관심거리가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경찰청 특수과장직에 있었기 때문에 고위층의 각종 비리에 관해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도주 직전 사무실에 들러 자료를 챙겨 나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인에게 그 자료를 맡기면서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론에 자료를 공개하라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는데 그 부인의 소재도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는 권력층의 비리를 많이 알고 있으며 만약 자신이 보호받지 못할 경우 자살테러처럼 이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한 것이 된다. 그래서 자살테러를 겁낸 고위층이 그를 미국으로 빼돌렸다는 의심을 충분히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리나 부정 등으로 남이 취할 수 없는 이익이나 특혜를 부당하게 많이 누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비리나 부정사실 때문에 취한 이익 이상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공무원이 불법부정을 눈감아 주면서 1억의 뇌물을 먹을 수도 있지만 그 수뢰사실 때문에 협박을 당하거나 처벌을 받아서 10억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정권을 잡은 후에 떳떳한 정치를 하지 못하게 된다. 모든 정부의 개혁이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약점을 잡히지 말아야 한다. 뇌물을 먹거나 부정을 하면 결국 자승자박하게 된다. 누가 보아도 떳떳하고 깨끗하게 사는 것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최선의 삶이다. 사방에 믿을 사람이 없는 요즘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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