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한다’
이 문장은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의 유언이었다. 평등하여 물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비극을 맞을 것이며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깊은 의미가 담긴 명구라 할 수 있다.
최인호 원작 소설을 극화한 미니시리즈 ‘상도’가 50회째로 막을 내렸다. 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플러싱 한인상권이 흔들리는 현 상황에서 주인공 임상옥의 삶이 전하는 메시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황을 핑계로 일부 한인 업주들이 순간 이익만을 쫓아 고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행위에 대한 끊이지 않는 제보가 떠오르면서….
한인사회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업주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장사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인 경제의 대동맥으로 기능과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 업주들의 윤리의식과 상도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임상옥의 상업철학이 주는 교훈은 무척 컸다. 상업의 도를 통해 거상이 된 그의 생각과 현재 한인상권의 현실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장사란 이익만을 보기 위해 상대방을 죽이고 나 혼자만 살아남는 행위가 아니다. 어차피 상업이란 사람과 사람과의 거래이므로 나도 살고 상대방도 사는 게 정도다.”
하지만, 한인상권에는 오래 전부터 과당경쟁, 출혈경쟁이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하고 있다. 한인업소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해 어쩔 수 없이 똑같은 업종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유사업종으로 한인 신 상권인 노던블러바드 선상의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인들끼리의 경쟁으로 렌트비가 4,000달러에서 9,000달러까지 오른 곳도 있다고 한다.
혹자는 한인들의 지나친 경쟁으로 타 인종 건물주만 살찌우게 하는 한심한 작태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인 업주들이 한인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 함께 사는 상생(相生)의 원칙을 실천함이 필요한 때이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남긴다.”
불황일수록 인간중심 경영은 빛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선례이다.
한인사회의 초석을 다진 올드타이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 한인 업주들이 현재보다 훨씬 사람을 중시하는 장사철학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은 한인업주들이 자신의 가게 일을 도맡아 하던 매니저에게 같은 업종의 가게를 차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곤 했단다. 다시 말해, 한인업주들이 이익만 쫓지 않고 의리도 있었고, 종업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인간 중심의 장사 철학을 갖고 있었다는 것.
일부 한인업주가 자행하고 있는 체류 신분 악용 임금 미지급, 인근 동종업소 종업원 빼돌리기 등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할 때 꿈같은 얘기로 느끼는 이도 있을 법하다.
현재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인 업주들에게 가장 필요한 우선순위가 바로 인간 중심의 장사철학이 아니겠는가?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다.”
미천한 장돌뱅이에서 3품의 고위관직에 오른 임상옥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적극적이었고, 큰 장사꾼은 이(利)를 쫓는 것보다는 의(義)를 추구하는 바람직한 상인으로서의 모범을 제시했다.
한인사회에는 한인 고객들로 인해 많은 부를 축적하거나 기반을 조성한 업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한인사회에 부를 환원하는 일을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는 오히려 규모 확장에만 치우쳐 영세 한인업소를 망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한인사회의 비즈니스도 공자의 말처럼 이(利) 보다는 의(義)를 추구하는 올바른 길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플러싱 한인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한인 상권이 삐걱거리고 있는데는 많은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한인 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요인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인업주들은 성공을 위한 비즈니스 처세술이나 경영에 도움이 될만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습득도 중요하겠지만 이에 앞서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기본, 즉 상업의 바른 도리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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