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사극에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음모와 암투가 벌어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표면상으로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내심 자신의 정권욕을 채우기 위한 술수 부리기가 대부분이고 임금 앞에서 교묘하게 상대를 비방해 `찍어내기’ 수법을 시도한다.
최근 뉴욕한인사회에서도 이와 흡사한 장면이 목격됐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단체장급 대표자들이 서로 목에 핏대를 올리고 삿대질을 해가며 싸우는 모습이었다. 월례회라는 이름 아래 진행됐던 모임은 젊은 기자의 눈에는 회의라기보다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동네 어린이들 싸움 같아 보였다.
같은 말을 거듭 되풀이하며 주위사람 말은 아랑곳 않고 자신의 입장 전달에 목숨건 사람, 지루한 상대의 말이 듣기 싫다며 삿대질을 밥먹듯 한 사람, 분위기 파악도 못한 채 쓸데없는 회의원칙만 앞세운 사람, 그 말이 그 말인데 괜히 나섰다가 화만 재촉한 사람, 정작 자신은 상대를 비방하지 않겠다고 해놓고도 결국에는 상대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고 마는 사람, 죄 없는 웨이터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 쫓아낸 사람, 자리를 떠나는 기자들 뒤통수에 목의 핏줄이 터져라 고함치며 분을 삭히던 사람…
물론 겉으로는 다들 나름대로의 입장과 명분이 있었다. 개개인의 입장을 놓고 보면 이해 못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서로에게 모두 잘못을 미루기만 했다.
모범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모습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인사회에서는 내로라하는 대표이고 그들의 한인사회 내 활동경력에 비하면 이날 이들의 행동은 명분을 앞세워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부끄러운 것이었다.
좁은 이곳 한인사회에서 이름 좀 알렸다고 한국의 국회위원쯤 된 듯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이 `부디 체통을 지키시어 존경받는 한인사회대표들이 되길’ 감히 바란다.
더불어 우물안 개구리 싸움에 괜한 힘 빼지 말고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눈을 높이 들어 산을 바라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화살표 같은 역할을 해주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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