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다는 느낌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지난 15일 베벌리힐스 윌셔 디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얼린’이 한인들에게 편안할 수 있는 이유는 비단 ‘트래디션’, ‘선라이즈, 선셋’ 등 영화를 통해 귀에 익은 곡들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극에 흐르는 잘 익어 웃음이 흐르는 농담과 순박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 그리고 부초처럼 떠돌며 사는 그들의 인생이 우리네 그것과 어느 곳에서 만나고 있어서 일 것이다.
20세기 초반 동유럽을 배회하던 유대인들의 삶을 다뤘음에도 60년대 한국 시골마을의 한 정경을 보는 것처럼 친근하고 공감이 간다.
게다가 주인공 ‘테브예’ 역을 1,600회이상 하며 배우와 극중인물의 경계마저 무너뜨린 시어도어 비켈의 농익은 연기가 관객들의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한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한 배우가 잡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실력에 신경 쓸 틈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비켈의 원숙한 연기는 주목할 만 하다. 절대 무리하지 않지만 공연장에 고루 퍼지는 성량,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율된 연기, 적당히 관객들을 웃기는 코미디 등 시종일관 두드러지지 않게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능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은 지루하지 않을 만큼 연기, 노래, 안무가 골고루 안배돼 있다.
곡명은 몰라도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릴 수 있는 유명한 곡들이 자주 나오고 극중 동네술집과 결혼피로연장에서 선보여지는 남성들의 집단무용 장면은 가볍지 않은 경쾌함과 러시아와 유대인의 전통이 혼재된 묘한 분위기로 무대를 꽉 채운다. 세트는 뮤지컬 특유의 화려함이나 정교함과는 거리가 멀어 투박하고 간단하지만 나름대로 정감이 들어 보기에 우중충하지 않다. 무거운 주제를 전혀 어둡지 않게 살리는 재주가 돋보인다.
공연은 27일까지 계속된다. 시간 화∼금(밤 8시). 토, 일(오후 2시, 밤 7시30분, 8시)
티켓 47∼67달러. 문의 (213) 36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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