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광장]
▶ 연창흠 <편집국 부국장>
삶과 죽음은 모든 사람의 운명이 지닌 정상적인 궤도이다.
일찍이 공자는 "삶을 제대로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는가?"라 했다. 이는 삶을 철저하게 이해하면 죽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적 미술가이자 사상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충만 된 낮의 생활도 수면의 기쁨을 주지만 인생은 죽음의 기쁨을 준다"고 했듯이, 죽음은 인간에게 자연적인 현상이며 인생은 죽음을 전제로 한 삶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흔히 그 생각 자체를 회피하려 한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마흔 살이라는 나이.
새해 들어 불혹을 맞아 첫 달도 다 지나지 않은 상황. 연이어 접해야 했던 친한 친구들의 장인과 친정 아버지의 사망 소식.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 함께 나눈 아픈 슬픔과 반가움의 기쁜 감정. 검은 상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의 슬픔을 보면서 떠올리는 ‘나는 오래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처음 접하는 것도 아니면서 ‘장례’에 관한 상황들이 예전과 달리 느껴졌다. 이미 각오한 상황에서 맞은 ‘죽음’이지만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죽음’과 다름없는 유가족들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예정된 ‘운명’이었지만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이 하염없이 흐르는 그들의 눈물. 가족을 잃은 슬픔에 울다가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하고는 반가움에 하하거리는 정담을 나누며, 희비의 순간 순간에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쏟던 그들.
실컷 울고 나서는 허기진 채를 채우기 위해 밥보다는 술을 먼저 찾던 친구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며 ‘요즘 성인병은 40대가 가장 위험한 것 알지, 담배끊어"라는 걱정을 잊지 않는 끈끈한 동료애 등등.
며칠 동안 ‘죽음’이란 단어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단절이고 소멸이며 돌이킬 수 없는 떠남인 죽음,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내가 알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죽음’이라는 것이 대개는 ‘사람들의 죽음’이지 ‘나 자신의 죽음’은 아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죽음 때문에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나에 대한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훌훌 털어 버렸더니, 결국 ‘오래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욕심일까? 라는 의문만 남게됐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라며 발전하고 성숙되며 노쇠하여 죽는다.
이렇게 삶은 사람이 자유로운 결단에 의해 자기 스스로를 개발하고 형성해 나가면서 성숙한 사람으로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은 모든 사람의 운명이 지닌 정상적인 상태이다.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일상적인 생활사를 통해 많은 일들을 경험하지만 죽음은 되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죽음이란, 사람에게 일회적인 것이며 경험의 세계를 초월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사람의 삶의 일회성은 삶의 허무를 말하거나 삶의 포기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고, 삶이 단 한 번뿐이기에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다.
살되 잘살고 또 오래 오래 살기를 원한다. 오래 살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건강하게 살면서도 가치 있는 삶을 누리고 싶어한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바라는 대로 잘 살지 못했더라도, 원하는 만큼 오래 살 지 않았더라도 죽음은 찾아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 행복한 삶, 가치 있는 삶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인사회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한인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 곧 없어야 될 사람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둘째로는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도 되고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한인사회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사람마다 삶의 가치 기준이 다르겠지만, 한인사회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이란, 바로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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