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크게 여유로와 보이지 않는다. 생활이 너무 힘들다드니,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느니 하면서 여기 저기서 볼멘소리들만 무성하다. 상처투성이로 얼룩진 신사 년 한 해를 보내고 그래도 우리가 또 한 해를 새롭게 맞으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위기 때마다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 늘 유머를 썼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총탄이 쏟아지는 참호 속에서도 언제나 농담으로 사병들을 웃기는 등 우환 중에도 여유를 갖는 것을 평생동안 삶의 근간으로 여기며 살았던 인물이다.
마음의 여유, 유머 하면 뭐니뭐니해도 미국인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들처럼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민족은 아마 드물 것이다. 미국인들은 그만큼 유머와 해학이 자연스럽게 몸에 베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민족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런 정서가 너무나 부족하다. 나부터도 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새 2주가 지나면서 왠지 모르게 벌써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생각했던 계획과 꿈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앞서면서 마음의 여유라고는 조금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9.11테러로 엄청난 참극을 당했던 미국인들은 그 동안 어떻게 했으며 지금은 또 어떠한가. 그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왔다. 이 것이 바로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마음의 여유란 우선 생각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희망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자연히 불행하고 절망적인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마음의 여유는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마음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상황마다 얼마든지 낙관적일 수 있는데도 현실적인 중압감 때문에 비관적이 되고 부정적이 되곤 한다. 이런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것이 마음에서 깨끗이 청소될 때 우리는 비로소 여유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들은 문명 속에서 살지만 오히려 비 문명의 처절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아프칸 국민들보다도 어찌 보면 못하다. 문명의 이기는 우리를 강한 것 같으면서도 약하게 만들고 문명이 없던 시절보다도 더 나약하고 나태하게 만든다.
첨단문명을 누리고 사는 현대인의 약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가끔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을 채찍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실 속에 침전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번 해는 그런 약점들을 찾아내 고치고 개선하는 자세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의 본질적인 의식세계는 현실적인 압력 때문에 안으로 숨어버리고 주로 무의식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 실제로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현실적인 강박감과 불안, 초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갈 것인가.
이제부터는 조금씩 틈을 내어 자신의 무의식 세계 속에 숨어 있는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한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란 바쁜 중에도 틈을 내 가치 있게 자신의 인생관과 삶의 가치관을 꾸려 나가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하나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정성 들여 하는 것이 바로 마음의 여유이다. 그 것을 반복하다 보면 인간의 마음은 자연 순화되면서 언젠가는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의식세계가 살아나지 않겠는가.
마음의 여유가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이끈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도 증명이 돼 있는 사실이다. 그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 삶의 보람, 그리고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삶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살아갈게 아니다. 새해에는 좀 여유를 갖고 내면의 세계에 숨어있는 가치를 찾으면서 살아가는 방법도 모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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