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 <김주찬 취재부 차장대우>
지난 80년대 한국에서 학생들이나 노동자의 데모가 일어날 때 흔히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이 대두대곤 했다.
양쪽 모두 옳은 점도 있고 틀린 점도 있다는 이 양시양비론(흔히 양비론으로 불린다)은 언뜻 듣기에 합리적이고 적절하다. 데모를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고 그것을 진압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양비론은 명분에 대한 시시비비 보다는 과정과 절차에 대한 것으로 변질되기 쉽다.
즉 학생들이 돌을 던지니까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것은 당연하며 반대로 데모를 너무 과격하게 막으니까 학생들이 돌을 던질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뉴욕한인축구협회가 양분될 위험에 처해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회를 강행, 제2의 협회를 설립한다고 나섰다.
지난 95년 진통 끝에 단일화됐던 뉴욕의 축구단체가 다시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상대책위는 그동안 협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돼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협회는 연락을 해도 참석하지 않던 사람들이 개인 감정으로 협회를 쪼개고 있다며 즉각 제명처분을 내렸다.
정관대로 협회를 운영했는지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어느쪽이 옳다고 판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양측이 서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 흔히 내놓을 수 있는 모범답안 가운데 하나가 ‘협회를 분열시키는 것은 나쁘고 화합하지 못한 협회측도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는 양비론이 아니라 ‘방법론적 편가름’이 필요하다고 본다.
방법론적 편가름이란 양쪽이 모두 문제라고 하더라도 어느 쪽의 문제가 더 큰 것인가(잘못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양측의 말 중에서 오랜동안 서로 얽혀있는 감정적인 문제를 빼버린다면 해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일단 협회 운영의 문제를 협회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즉각 제명부터 내리는 협회의 처사는 그다지 옳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분나쁘다고 기존의 협회를 제쳐두고 다른 단체를 만드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 그동안 한인단체의 분열이 가져온 좋지 않은 여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말하면 당사자들은 어느 면에서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와 축구인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명분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옳다고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