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와 패션 애비뉴인 7 애비뉴, 타임스퀘어와 42-34 스트릿 사이의 넓은 지역은 천, 단추, 장식물, 지퍼 등 의류 업에 관한 모든 업체들의 집결지이다.
지난 연말 그곳에서 한국산 천을 판매하는 세일즈맨 취재를 갔다가 42가 코너에서 샘플 세일 광고 전단을 각기 다른 것으로 7장 받았다.
’핸드백, 지갑, 키 체인 등 모든 것을 홀세일 가격으로’, ‘디자이너 쇼룸 샘플/재고품 세일’, ‘코트와 수트 반년에 한번 하는 웨어하우스 홀세일 가격’, ‘핸드백·커스텀 주얼리·이브닝 웨어·캐시미어 니트 탑스’, ‘샘플 세일/ 커스텀 주얼리 70-80% 세일’ 등등 파격적인 가격이 행인들을 유혹했다.
이날 샌드위치 맨까지 등장한 샘플 세일은 진열됐던 상품이나 모델들이 입었던 의상을 싼 값에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대부분 정식 판매가보다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90년대 중반부터 대형 유통망을 지닌 원청업체의 생산라인이 인건비가 싼 파라구아이를 비롯 남미나 중국 쪽으로 이전하고 렌트가 인상되어 봉제업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9.11이후 매출이 반 이상으로 뚝 떨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과거에는 원단으로 샘플을 만들어 블라우스 한 장에 20 달러냐 30 달러냐를 결정했으나 지금은 샘플을 하나 던져놓고 10 달러에 맞추라고 한다고 한다.
하긴 작년 가을, 뉴욕 패션쇼가 시작되자마자 9.11이 일어났으니 1년 동안 쇼를 준비해 온 디자이너, 옷을 갈아입으려고 무대 뒤에 있던 모델, 전세계에서 온 바이어들이 혼비백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무슨 패션쇼’냐 하여 일주일간 화려하게 열릴 예정이던 쇼가 이틀만에 중지되었었다.
9.11 며칠 후 패션 자료를 받으러 그 거리에 갔다가 쇼를 위해 브라이언트 파크에 설치되었던 텐트와 장식물을 노무자들이 묵묵히 뜯어내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암담했었는데 그 타격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바늘이 꿰어진 대형 단추 조형물과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동상, 패션정보센터, 파슨스 디자인 스쿨이 있는 이 거리 인근에는 4천여 의류제조업체와 5천 개 이상의 패션 쇼룸이 들어서 있으며 한국 섬유업체도 1백여 개가 주재하여 한국산 원단을 판매하고 있다.
경제 불황을 타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 거리에 서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의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유행에 민감하게 돌아가지만 패션 디자이너를 예로 들자면 겉은 화려해 보이나 정작 무대 뒤에서 만난 본인은 실밥이 주렁주렁 달린 옷을 허름하게 입고 바늘꽂이를 손목에 둘러 언제나 가봉을 할 수 있게 준비를 갖추고 있어 마치 막노동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머릿속은 아이디어를 채집하러 다니는 사냥꾼처럼 씽씽 돌아가고 있다. 남들보다 1년 앞서 원단을 구입하고 부자재를 구하러 다니고 밥을 먹다가, 화장실에서, 비행기안에서 디자인이 떠오르면 스케치와 메모를 하는 등 늘 긴장과 섬세함이 살아 있다.
그러나 이들이 공공 장소에 나타날 때는 똑같은 옷, 액세서리 핀, 스카프 하나라도 남들과 다르게 매고 같은 청바지를 입어도 무언가 남들과 달라 보인다.
디자인을 유행과 시장성, 대중의 취향에 맞게 하여 돈도 벌어야 하지만 이들 패션 디자이너들은 사소한 것에서도 이미지를 잡아채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그러니 50대 디자이너가 폴라 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맨발 샌들 차림이라도 언제나 깨어있는 의식을 지녔기에, 남들보다 앞서 살고 젊게 살아서 보기 좋은 것이다.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려 들면 맨하탄 7애비뉴의 최첨단 유행 거리를 걸어 보자. 무언가 바쁘게 돌아가는 거리가 좋은 자극을 받을 것이다.
굳이 패션 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남들이 생각 못하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모든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다. 자신의 생활에도 도입할 수 있다. 새해 첫 달에는 이러한 새로움, 자유로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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