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 아들이 교내폭행혐의로 경찰서까지 끌려갔고 끝내 정학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아들과 싸운 백인 학생은 먼저 주먹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모가 먼저 고발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자신의 아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이 여성이 본보에 전화를 걸어 온 목적은 한인 교육위원의 연락처를 얻기 위함이었다. 연락처 문의까지는 좋았는데 이 여성은 “아들의 일이 어떻게 된 건지 그 전후상황을 교육위원을 통해 알아보려 한다”며 “학교로 직접 연락은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본 기자는 “그런 일은 학부모의 권리로 당연히 학교측에 직접 물어봐야 하고 일 처리도 훨씬 빠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 여성의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기자가 재차 물었다. 그럼 “아이의 아버지는요?” 이에 대한 대답 역시 “애 아빠도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요…”라는 것이었다.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자식 일인데 부모가 바빠서 직접 연락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지만 수화기 건너편의 여성은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차라리 “영어를 못해서…”가 이유였다면 `그 심정이 오죽 답답할까?’ 하며 이해와 동정심이라도 생겼을 텐데… 자식교육 때문에 이민 왔다면서 어려움에 빠진 자녀보다도 생업을 우선 시 여기는 그 부모의 자세가 황당할 뿐이었다.
물론 모든 학부모들이 이런 자세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모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청소년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힘들 때,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마음의 상처를 위로 받고 싶을 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자신의 문제를 떠넘긴 부모의 모습을 보고 이 학생은 과연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날 수 있을까?
`다 자식들 잘 되라고 뼈빠지게 일하고 있다’며 부모에 대한 자녀의 존경심을 강요하기보다 새해에는 모든 학부모들이 진정 자녀로부터 존경받을만한 부모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 또 반성하는 겸손한 자세를 갖추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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