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TC빌딩 붕괴때 중상 소방관
▶ ’생명은인’ 한인과 감격의 재회
월드트레이드 센터 붕괴를 전후해 서로 사망했을 것으로 짐작했던 한인 구조자와 미국인 소방관이 뒤늦게 함께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감격적인 해후를 기다리고 있다.
9.11 이후 근 4개월만에 극적으로 재회하게될 드라마의 주인공은 뉴욕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메트로케어 앰블런스사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인 1.5세 김형기(37, 미국명 알 김)씨, 이 회사 스티브 자크하임 사장과 소호 웨스트사이드 제40 소방서 소속 케빈 셰이 소방관 등 3명이다.
김씨는 지난해 9월11일 오전 8시40분께 뉴욕시 응급관리국(OEM) 샘 밴수 국장으로부터 여객기 테러 소식을 듣고 회사 소속 앰블런스 20대와 함께 35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는 월드트레이드 센터 제2 빌딩에 두 번째 여객기가 충돌한 뒤였다.
김씨는 건물에서 사람들이 밑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보면서 자크하임 사장과 함께 제2 빌딩 로비 앞으로 다가갔다. 부하 직원들에게도 로비 안으로 들어갈 것을 지시하는 순간 굉음이 일어나 반사적으로 육교 밑으로 몸을 피했다. 굉음은 제2 빌딩이 무너지면서 난 소리였음을 나중에 알았다.
김씨는 잠시 깜빡한 뒤 정신을 차리자 눈앞이 캄캄해, 무너진 건물안에 갇힌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제2 빌딩의 붕괴로 인한 잔해로 시야가 가려졌음을 깨닫고 자크하임 사장과 함께 회색빛이 보이는 곳으로 빠져나왔다.
3피트 정도 거리를 내다볼 수 있는 곳으로 대피한 순간 가늘게 “도와달라”는 신음을 듣고 불타고 있던 앰블런스에서 구조 장비를 꺼내왔다.
주위에 있던 소방관 리치 노간씨와 신원이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경찰관 1명 등과 함께 목골절로 움직일 수 없었던 셰이 소방관을 구조, 인근 주차장으로 대피시켰다. 이어 부하 직원과 피해자들을 구출하려다 제1 빌딩이 무너지는 바람에 남쪽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저녁 7시까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폈지만 살아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지요. 인근 주차장으로 대피시켰던 셰이 소방관도 제1 빌딩 붕괴 여파로 당연히 숨진 것으로 알았습니다.”
김씨와 자크하임 사장이 셰이 소방관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뉴욕데일리뉴스 사진기자 타드 매셀씨가 당시 현장에서 찍어 보도한 사진의 주인공을 찾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매셀 기자는 당시 김씨 등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이후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트로케어 앰블런스사에 연락, 김씨와 자크하임 사장의 생존 사실을 알게 됐다.
매셀 기자는 이어 당시 이들에게서 구조받았던 소방관의 신원도 파악, 다음주 서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다음주 셰이 소방관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셰이 소방관은 잠시 기억상실증을 보였고 지금은 그날의 기억만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빨리 만나 서로 살아있는 것에 대한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6세때 가족과 함께 이민온 김씨는 플러싱에서 성장, 존바운고교와 뉴욕대, 브룩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시절부터 긴급구조대원(EMT)으로 활동해왔으며 현재 메트로케어 앰블런스사에서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400명의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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