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카운티는 과격 회교원리주의자의 성장배경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풍광 좋은 이곳에는 상점과 카페에 성조기가 펄럭인다. 거리는 레인지로버, 컨버터블 포쉐 등 고급 차들이 길을 메우고 있고 잘 손질된 피켓 펜스에는 동네 야구클럽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체포된 미국인 탈레반 전사 존 워커가 성장한 마린 카운티의 샌안젤모는 교외지역에 있는 미국내 여느 부촌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마린 카운티는 울창한 삼나무 숲과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그림 같은 지역으로 아름다운 금문교를 통근 길로 사용하고 있다.

일류 고등학교에 다니던 열여섯 살 때 정신적 구원을 받기 위해 회교로 개종, 코란을 배우러 중동 국가 예멘을 방문했던 워커가 지난 주 탈레반 전사로 미군에 체포됐을 때 그의 부모 프랭크 린드와 마릴린 워커를 비롯한 마린 카운티 주민들은 경악했다. 이들은 물론 소식을 들은 다른 미국인들도 모두 충격에 빠졌다.

"마린 카운티는 자기 도취적인 히피들의 낙원으로 이같은 분위기는 워커가 비뚤게 나가는데 일조했다"는 언론의 비판적인 시각에 이곳 주민들은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주민들은 마린 카운티가 뉴에이지 풍이기는 하지만 기이한 사람들의 온상이라기보다는 성취욕이 강한 자녀들을 키우는 부유한 가족들의 요람이라고 주장한다.

"북가주의 부모들이 다른 지역의 부모들보다 자식들에게 더 관대한지는 모르겠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분류하자면 진보적 민주당이다. 이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훌륭하다. 물론 일부는 범죄로 빠지거나 자살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는 보면 골수 보수주의자들도 비슷할 것이다"
작가 앤 라모트는 강조한다.
워커 덕분에 그가 다녔던 태미스칼 고교는 요즘 라디오 토크쇼의 단골메뉴가 됐다.

KSFO의 토크쇼 진행자 마이클 새비지는 이 학교를 지칭, "썩어서 냄새나는 좌익 학교다. 마린 카운티 주민의 상당 부분은 동떨어진 시간 속에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택 중간가격이 61만2,000달러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높은 마린 카운티는 자유분방한 정치적, 문화적 성향이 특징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남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는 제약 없는 생활방식을 구가하고 있다.

마린 카운티에서는 말총머리를 한 노인의 모습이 하나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로큰롤 스타 카를로스 산타나, 할리웃의 이단아 션 펜도 이곳 주민이다. 주민 데비 벡먼은 마린 카운티가 이른바 닷컴 산업으로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벡먼은 닷컴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들면서 고유의 분위기가 변질됐지만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매우 동정적이라고 말한다.

"마린 카운티 주민들은 견해가 아무리 다른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에게 관용적이다. 주민들 가운데 존 워커가 25년간 감옥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민들은 그에게 상당히 동정적이다. 특히 그의 부모를 생각할 때는 더욱 그렇다"
벡먼의 설명이다.

하지만 벡먼의 아들은 보다 보수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나는 9월11일 테러 이후 매우 분개하고 있다. 해병대에 자원하겠다. 워커는 바보나 하는 짓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