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로 이민 와 산지 어느덧 5년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늘 걱정이었다. 고부 갈등으로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어머니를 관광비자로 들어오시게 하였다. 6개월 비자만료 되면 한국으로 가시고, 또 오시고 했는데 어머니는 하와이가 좋다고 하시지만 경비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남편 보기에 미안하기도 하고.
3번 왔다갔다하셨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어머니를 재혼시켜 드리는 것이 어떠냐며 남편과 상의하였다. 어머니는 "이 나이에 무슨 재혼이냐"며 망측스럽다고 펄쩍 뛰셨지만, 이곳 생활이 그렇고 불법으로 계실 수도 없는 일. 어머니도 재혼하는 것이 자식을 돕는 것이라고 여기셨는지 허락하셨다.
시민권 가진 할아버지를 찾아서 주변에 조심조심 소문을 내기 시작한 얼마 후 시애틀에 계신 시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3년 전에 상처한 74세의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섭섭하기도 하고 들뜬 마음으로 어머니 사진을 보냈더니 할아버지도 자신의 사진을 보내 왔고 양측이 시애틀에서 만나기로 했다.
막상 어머니가 재혼한다고 생각하니 죄송스럽기도 하고 해서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두분 의지하면서 잘 살아야해요. 자식이 무슨 소용 있어요”라고 말을 하는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시애틀 도착해 다음날 그 할아버지와 어머니, 시어머니가 만나 식사를 함께 하시고 오셨는데 어머니의 얼굴이 어둡게 느껴졌다.
그 할아버지 말이 어머니가 관광으로 오신 분인 줄 몰랐다며 관광비자로 와서 재혼하려면 변호사비도 들고 일이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성사만 되면 변호사비야 우리 쪽에서도 지불할 수 있는 것이고 문제는 두 분의 마음이 아니겠느냐고 하였다. 또 연락하겠다고 하며 헤어졌는데 그 할아버지는 끝내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같은 하와이에 거주하는 것도 아니고, 보자고 해서 시애틀까지 비행기 타고 갔는데, 어떻게 한번보고 그렇게 성의 없이 대할 수 있는지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 나이 들어 재혼한다는 것이 어려운 줄은 알고 있었다. 하와이에서도 시민권 가진 할아버지에게 시집오려면 1만~2만달러를 가지고 와야 한단다. 아니면 여자 쪽에 경제력이 뒷받침 돼야 재혼이 쉽게 이뤄진다고 한다.
옛날엔 현모양처를 최고로 꼽았는데 지금은 신붓감의 됨됨이는 뒷전이고 67세 노인까지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재혼이 가능하다니 씁쓸한 마음은 어머니가 더 하신가보다. 어머니는 이제 한국 나가서 살겠다 하신다. 한국에 있는 올케와의 사이에서 문제는 또 없을지- 올케는 시어머니 모시기 싫다고 집까지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그 중간에서 남동생의 고충은 또 어떨까?
이곳 이민생활에 적응하자면 부부가 함께 열심히 뛰어야 집세 내고 자동차 굴리며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지만, 돈만 따지는 현실이 삭막하고 인간미를 점점 잃어 가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시애틀 시어머니의 전화가 더욱 더 서글프다. 그 할아버지는 돈 많은 여자와 재혼했고 여자가 자동차도 사주었으며 할아버지는 돈 쓰는 재미에 신수가 훤해졌다고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