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 주필의 테마여행-사진속으로
▶ 과거를 허물어라
미국에는 라스베가스말고도 몇 개의 카지노 타운이 있다. 애틀랜틱시티, 리노, 레이크타호 등은 여건 면에서 베가스보다 훨씬 관광객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라스베가스가 이 도시들을 누르고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타운에 새로 오픈한 식당들은 처음에는 잘 나가다가 어느 기간이 지나면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게 마련이다. 항상 똑같은 분위기에 그 메뉴가 그 메뉴라면 손님들이 싫증을 느낀다. 라스베가스는 대중의 이와 같은 심리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도시다. 관광객이 찾을 때마다 새롭게 보이기 위해 얼굴 성형수술을 하고 화장을 더 진하게 하는 도시가 바로 라스베가스다.
도시 형성도 하나의 작품이다. 개성이 있어야 한다. 베가스는 시대마다 이 도시에 개성을 불어넣는 기인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베가스’하면 떠올려지는 3명의 이름이 있다. 1930년대 헐리웃을 주름잡은 마피아 박시 시겔, 희대의 기인 하워드 휴즈(1960년대), 그리고 무명인사로 자수성가한 지금의 스티브 윈이다. 라스베가스는 1930년대까지 조그만 웨스턴 스타일의 도박촌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 마피아의 자금과 할리웃 스타를 끌어들여 타운을 성형 수술한 장본인이 박시 시겔이다. 그가 마피아로부터 꾼 돈을 갚지 못해 비참하게 죽는 과정은 워렌 비티의 주연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두번째로 이 도시의 얼굴을 뜯어고친 사람이 하워드 휴즈다. 그는 66년 11월 어느 날 데저트인 호텔에 체크인 한 후 한달 동안 밖으로 나오지를 않은 채 이 호텔을 사 버렸다. 그 후 샌즈, 프론티어, 랜드마크 등의 대형 호텔을 줄줄이 사들여 디즈니랜드처럼 휴즈랜드가 되지 않나 주민들이 의아해 했을 정도다. 휴즈는 쇼에서부터 식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디럭스 대형으로 꾸몄다. 대형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월트 디즈니가 어린이를 위해 디즈니랜드를 만든 것처럼 휴즈는 성인 디즈니랜드를 만들어 보려는 것이 꿈이었으나 괴팍한 성격과 고집 때문에 커뮤니티와 어울리지 못해 실패했다. 관광객들이 식당이나 쇼 공연장에 들어갈 때 정장을 해야 하고, 갬블러들에게 호텔 방과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라스베가스의 분위기를 후하게 만든 사람들이 박시 시겔과 하워드 휴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4시간 동안의 플레이에서 평균 100달러씩 베팅하는 손님에 한해서만 방을 공짜로 준다. 호텔 ‘파리’의 카지노 호스트로 있는 이창용씨는 라스베가스가 너무 많이 짜져서 어떤 때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미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털어놓는다.
휴즈 다음에 나타난 기인이 스티브 윈이다. 그는 미라지, 벨라지오, 골든너겟, 트레저 아일랜드를 얼마전 MGM 호텔측에 팔아 넘기고 ‘데저트 인’을 사들여 세계 최대의 디럭스 카지노를 또 짓고 있는 변신의 마술사다. 그는 카지노를 가족도 즐길 수 있도록 리조트화 하고 미술관을 설치하는 등 베가스의 질을 높인 장본인이다.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항상 베가스의 화제다.
라스베가스의 생존비결은 ‘증축’하지 않고 ‘신축’하는 것이다. 과거의 시설을 보수하거나 고쳐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아깝더라도 과감히 헐어버리고 새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둔스’를 무너뜨리고 ‘벨라지오’를, ‘샌즈’를 헐어버리고 ‘베네치안’을, ‘마리나’를 없애버리고 ‘MGM’을 세웠다. 과거를 살리면서 현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잊어버리고 현재를 추구하는 것이 라스베가스가 항상 새로워 보이는 비결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