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아들 문제가 한국 정가에서 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김홍일 의원이 대통령과 정권을 위해 의원직을 내놓고 정권이 끌날 때까지 미국에 나가 있다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야당의 부대변인이 언급한 내용이다.
며칠 전에는 국정원의 경제과장까지 지낸 엘리트 요원이 김홍일 의원에게 "형님, 정신 차리세요"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고 털어놔 세상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적이 있다. "자식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고…" 운운하며 김영삼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던 일이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DJ 정권에서도 대통령 아들 처신 문제가 튀어나왔으니 한번 본 영화를 또 보는 기분이다. 정치판이 답답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역사의 과거는 파묻혀 있는 시간이 아니다. 오늘의 시간이 어디에 와 있는가의 좌표를 알려주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는 양아들 이강석의 문제로 국민을 식상하게 했고 결국 이강석은 경무대에서 일가족이 자살하는 비운을 맞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녀들이 어려서 그런 일은 없었으나 육사 동기며 고향 친구인 김재규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측근인 정보부장과 경호실장의 알력이 정권이 쓰러지는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동생 전경환씨 때문에 욕을 많이 먹다가 결국 형제 모두를 감옥에 보내는 불운을 맞았고 노태우 대통령은 친척인 박철언씨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다 알다시피 아들 김현철씨 때문에 개혁작업이 스타일 구겼고 칼국수 먹고 지낸 청렴한 이미지가 우습게 되어 버렸다. 김현철씨의 구속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남겨 놓았다. 그리고 이제 DJ 정권에서 대통령 아들 문제가 또 시끌시끌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 상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집권 후기에 일어나는 ‘말기 현상’이다. 대통령의 힘이 조금씩 빠지고, 믿을 만한 참모도 없어지고, 임기는 끝나가고 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생각이 집권자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아들이 빠지기 쉬운 말기 현상의 함정은 두 가지다. 은퇴 후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후계자를 선정하는 작업이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여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여기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측근 중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은 집권자들에게 "그래도 믿을 것은 혈연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좌우간 혈연들 때문에 대통령이 임기 말년에 망신당하는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집권자가 역사를 읽는 시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대통령 아들에게 왜 사람들이 몰려드는가. 그가 힘을 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힘은 정보 독점과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파워를 갖는다. 더욱이 청와대, 국정원, 검찰등 요소 요소에 자기 사람을 몇 명만 앉혀 놓으면 정국을 한 눈에 꿰뚫을 수가 있게 되고 이것이 곧 파워로 둔갑한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이 파워게임에 관여하는 한 비극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영조가 왜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였는가. 사도세자가 노론, 소론 당파싸움에 관여한 것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아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DJ가 옥중에서 아들 김홍일씨에게 보낸 서한(81년 7월29일)에 그 답이 나와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홍일에게-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인간 일생 최대의 투쟁은 자기와의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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