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언 킹’의 흥행몰이에 힘입은 디즈니가 엘튼 존과 팀 라이스 콤비를 데려다 만든 야심작 ‘아이다’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뮤지컬이다.
오페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작품은 이집트에 노예로 잡힌 약소국 누비아(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이집트 장수 ‘라다메스’가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고뇌하고 이별하는 비극적 사랑이야기다. 간결하면서도 기발한 무대미술과 현란한 조명으로 대표되는 시각적 오락성은 어느 뮤지컬보다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다.
세트와 의상, 조명부문에서 지난해 토니상을 거머쥔 쟁쟁한 멤버들의 실력이 여지없이 발휘된 화려함이 공연 내내 관객들의 시각을 붙든다. 여느 뮤지컬처럼 무겁고 거대한 소품을 이리저리 옮기지 않으면서도 순조롭게 장면을 전환하는 재치가 빛난다. 극의 마지막 부문에서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무덤 속에 갇혀 사멸해 밤하늘의 별로 화하는 과정은 그 표현방식이 애잔하고 신비해 객석의 감탄을 자아낸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암네리스’가 펼치는 패션쇼 장면에 나오는 휘황찬란한 의상들. 눈부시고 진귀한 의상들이 오색의 무대 위에서 화사하게 펼쳐진다. 아프리카 타악리듬에 실린 누비아 노예들의 앙상블도 동물적 움직임이 생동감 넘쳐 볼 만하다.
그러나 이렇듯 매력요소가 많은 뮤지컬 ‘아이다’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점수를 잃는다. 바로 감수성과 서정성이 결여된 음악과 노래가 주범. LA타임스는 이 부분에 대해 "시각적 매력과 주연 시몬의 스모키한 목소리도 늘어지는 팝송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혹평했다.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전달하기엔 음악이 너무 엘튼 존의 취향으로 흐른다. 특유의 불협화음 때문에 감정이입에 어려움이 따르고 장면과 노래가 따로 노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이다’ 역의 시몬의 감정실린 윤택한 음성은 듣는 즐거움이 있으나 함께 부르는 ‘라다메스’ 역의 패트릭 캐시디에 와서는 그것마저 사라진다.
공연은 내년 1월5일까지 아맨슨극장(135 N. Grand Ave.)에서 계속된다. 티켓 25∼75달러.
문의 (213) 628-2772. 그룹예매 (213) 972-7231
<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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