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이 사상 초유의 세균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잇달아 발생한 탄저균 테러로 연방에서 시 정부에 이르기까지 사법 및 보건 당국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한인을 비롯한 시민들은 너도나도 방독면을 사느라 북새통을 떠는가 하면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우편물을 뜯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를 기화로 사방에 장난 전화를 걸어 대피 소동을 벌이게 해 놓고 고소해 하는 정신병자들까지 있어 더욱 어지럽다. LA 공항에서 탄저균이 발견됐다는 소문 때문에 항공기가 연발하는가 하면 LA 한인타운에도 탄저균 루머가 돌아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아직 남가주에서는 탄저균 감염자가 한 사람도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혹시 내가 걸린 게 아니냐’며 찾아온 환자들로 병원들은 만원사례다. 관계자들은 탄저균 감염 초기 증세와 감기 증세가 비슷해 다음 달 독감시즌이 시작되면 가뜩이나 환자들로 과포화 상태인 남가주 병원들은 메어터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탄저균은 호흡기 계통에 감염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세균 테러에 사용된 탄저균은 독성이 강한 종류로 박테리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사법 당국의 분석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만으로 전 미국이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위기 상황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탄저균은 우선 전염성이 없고 피부에 감염되더라도 항생제 복용 등 조기 치료를 받으면 거의 회복된다. 지금까지 수십 명이 탄저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완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이를 대량 살포해 인명을 살상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다.
부시 대통령 말대로 테러와의 전쟁은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다.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려 미국 사회를 혼란시키려는 것이 바로 테러범들이 노리는 점이다. 사람들이 냉정을 잃고 흥분하다 저지르는 실수가 오히려 병균 자체보다 더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방독면을 샀다 한들 심리적 안정감은 줄지 모르지만 항상 착용하고 있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 또 방독면이라도 아주 양질이 아니면 세균 침투를 걸러내지 못한다.
방심해서도 안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한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한인들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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